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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비용」 두려워하지 않는다(통일 3국을 가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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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통일비용」 두려워하지 않는다(통일 3국을 가다:17)

입력
199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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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아닌 대가로 인식… 액수보다 부담주체 논쟁/국방비 절감·시장확대 효과뺀 「순비용」 감수할만독일에는 통일비용이 없다. 독일의 관료, 학자들은 우리측 인사들에게 『당신들이 얘기하는 통일비용, 한국적인 표현인 흡수통일…』이라고 반드시 두서를 단다. 통일의 노하우를 배우려던 한국인은 독일에 오자마자 용어문제에서부터 근본적인 혼란을 겪기 마련이다. 통일비용, 흡수통일등은 독일통일의 대명사처럼 알려져왔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와같은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독일정부는 통일후 5년이 되도록 단 한번도 통일비용을 산출한 적이 없다.

연방정부가 동독지역 재건을 위해 쓰는 「신연방주 재정이전」만을 공식집계할 뿐이다. 학계에서 조차 통일비용이라는 말은 흔하지가 않다. 연구기관과 학자들은 통합의 비용대신 대가라는 말을 쓴다. 독일 통일비용으로 흔히 언급돼온 「10년간 2조6천억마르크(한화 약1천3백조원)」라는 숫자는 사실 본의 한국대사관이 추계한 숫자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통일비용은 급격한 통일을 기피해야하는 핵심적 이유로 꼽혀왔다. 그러나 정작 독일인들이 생각하는 통일비용은 우리의 생각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통일비용을 둘러싼 독일정계의 논의과정을 보면 이 용어가 내포하는 의미가 정치적인 필요에 따라 오락가락 했음을 알 수 있다. 90년3월의 총선에서 헬무트 콜총리는 통일에는 돈이 들지 않는다면서 독일국민에 대한 추가적인 과세는 없을 것이라고 공약했다. 반면 제1야당인 사민당의 당수 라폰테인은 물리학자 출신으로 숫자에 밝았다. 그는 독일인들에게 급격한 통일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숫자보다 정치감각이 발달한 콜은 즉시 이를 현안으로 삼아 라폰테인을 「반통일적」이라고 공격했고 흥분했던 당시 국민정서에 편승,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었다.

콜의 공약은 완전히 지켜지지는 않았다. 91년부터 실업보험료, 연금보험료를 1∼2.5%씩 인상하기 시작하더니 연대부과금, 석유세및 담배세인상, 부과가치세 인상등 국가세입증대를 위한 조치들이 잇달아 취해졌다.

지난해까지 4년간 동독지역에 이전된 재정은 6천4백억마르크(약 3백20조원)이었으며 올해안에 2천억마르크(1백조원)가 추가로 이전된다.

그러나 독일내에서의 논쟁은 『비용이 과다하다』는 문제에까지 확산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돈을 『누가 부담하느냐』는 과세기준의 문제가 독일의 통일비용논쟁이다. 콜정부가 간접세 인상과 사회복지시설 삭감등으로 재정을 보전한데 대해 통일비용을 저소득층에 일방적으로 부담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10월의 선거에서는 통일비용의 문제가 야당의 뜻대로 본격적인 현안으로 부각되지는 못했다. 이와함께 독일의 학계에서는 공공분야와 민간분야의 투자액까지 통일비용에 함께 산정하는데 대해 강력한 이론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통일로 인해 얻어진 국방비, 토지이용확대등의 비용절감 효과들,그리고 국가위험도의 하향화, 시장확대등 이른바 무형의 효과(INTANGIBLES)들을 비용에서 빼야한다는 「순통일비용」의 개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분단비용」을 뺀 순통일비용은 그다지 두려워할 대상이 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통일비용이 두려워 통일을 못하는가!』

통일의 후유증을 극복해가는 독일인들은 우리에게 다시한번 주판알을 튀겨보도록 권고하고 있다.

◎한국의 「통일비용」 논의는 어떤가/400억∼1조8,000억불까지 다양/급격­점진 시기따라 액수달라/“분단비용만큼 상쇄” 새주장도

독일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의 통일비용 논의는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까지 산출된 통일비용은 대체로 『급격한 통일은 남북한의 동반몰락을 초래케 한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대통령자문기구인 21세기위원회가 지난해 산출한 1조2천억달러라는 액수다.

통일원이 91년부터 발표된 20여건의 통일비용연구를 집계한 것을 보면 설정상황과 산정방법에 따라 4백억달러에서 1조8천억달러에 이르기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같은 비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론에서조차 서로 정반대의 주장이 맞서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행과 중앙대 신창민교수등은 통일시기가 지연될수록 남북격차가 심화돼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영국 이코노미스트 그룹(EIU)등은 통일이 점진적으로 늦춰질수록 비용이 감소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차이는 북한주민의 1인당소득이 남한의 어느 수준에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가하는 점, 재정지출만을 계산하는가 민간투자부문도 포함하는가 여부, 항목별 합산방식을 택하는가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현재 학계에서는 기존의 연구들이 통일비용을 과다하게 계산·해석했다는 비판이 강해지는등 추세가 반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일후 10년간 30대그룹의 대북투자액만도 2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고 경제격차가 크면 클수록 통합은 도리어 쉬워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이와함께 방위비, 공안부서 운영경비, 과다한 해외공관운영, 토지이용 제약, 대외교섭력 약화등 직간접적인 분담비용을 감안한 새로운 통일비용의 이론적 틀도 마련돼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있다. 독일의 경우 이미 통일이 된뒤 비용을 산정했으므로 이같은 고려가 필요 없었지만 분단이 계속되고 있는 우리측으로서는 당연히 기회비용인 분단비용을 산정해야 진정한 통일비용이 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논의돼 온 통일비용은 그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는 주장이다.<본=유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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