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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려도 되레 금리상승·주가하락/자금순환 왜곡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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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풀려도 되레 금리상승·주가하락/자금순환 왜곡 심각

입력
1995.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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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없는 은행신탁정책 탓” 지적자금시장의 선순환이 실종됐다. 돈이 시중에 돌아다니면서 금리를 안정시키고 주식시장을 활성화시켜 기업의 자금조달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금리상승을 부추기고 주가하락을 유발, 결과적으로 기업의 자금난을 불러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추가로 돈을 더 풀 경우 물가불안을 초래, 시중자금이 고금리와 고물가를 낳는 전형적인 악순환에 다시 빠지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주가폭락은 자금흐름상의 악순환이 재등장하고 있는데 따른 첫번째 부작용으로 꼽히고 있다. 주가폭락이 경기후퇴나 정치적 불안등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금시장의 돈흐름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시중통화는 17%대로 결코 부족한 수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금리는 연 14.9%선으로 치솟고 있고 주가는 연일 연중최저치를 깨고 있다. 돈이 고금리 상품으로만 몰리고 있고 주식시장으로는 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중소기업은 물론이거니와 일부 대기업들조차 돈을 구하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축적인 통화관리는 저금리를 낳고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비용을 경감시켜주는등 매우 정상적으로 기능했다. 국내자금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악순환이 개선되는 조짐이 뚜렷했다. 자금시장에 선순환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모두들 좋게 평가했었다.

이러한 가능성에 치명타를 가한게 은행신탁정책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은행들이 신탁자금으로 과도하게 주식을 매입했다고 판단, 신탁자금으로 주식을 추가매입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창구지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기업대출은 하지 않고 주식운용으로 큰돈을 벌어들인데 대해 비판의 소리가 있자 이같이 지도한 것이다. 지난해 신탁자금중 주식매입자금은 2조5천억원. 이는 지난해 신탁자금증가액 30조5천억원의 8.2%이다. 올해 주식매입액은 4월말 현재 2천5백억원. 올들어 신탁자금증가액 11조5천억원의 2.2%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탁자금의 운용에 대한 창구지도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은행신탁의 주식매입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며 또 금융계내에서도 정부의 자제요청이 있었다는 얘기가 실무자들간에 돌고 있다. 지금은 주가가 빠져 신탁자금더러 주식시장에 들어오라고 해도 거절하는 상황이 돼버렸다.

은행들은 고금리로 조달한 신탁자금을 대출로 운용해야 되므로 고금리대출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주식시장이 침체된 만큼 은행신탁으로 자꾸만 돈이 몰린다. 4월말까지 11조5천억원이 늘었으면 여유자금들이 거의 모두 은행신탁으로 빨려들어갔다고 봐도 된다. 은행들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은행들은 14%의 확정금리를 보장한 경우도 많았으므로 도리없이 신탁대출금리를 1%포인트씩 올려 현재 일부은행은 16%대까지 올라가 있다. 자금총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데도 「고금리조달―고금리대출」의 고리속에서만 자금이 돌뿐 주식시장으로는 흐르지 않는 것이다. 신탁상품이 금리와 규모면에서 시중자금시장의 「블랙홀」이 돼 선순환을 파괴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한정부 고수익 신탁상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일반 불특정 금전신탁상품을 내년부터 없애기로 결정했다. 문제가 되면 없애고 보겠다는 발상에 대해 일부에서는 아쉬움을 표시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돈이 흐르던 길을 차단했을 경우 다른 길을 마련해주는 일이라고 지적된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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