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루블화가 「추락하는 화폐」로서의 이미지를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연방 수립이후 바닥을 모른채 하락에 하락을 거듭하던 루블화의 대달러화 가치는 최근들어 처음으로 반등세를 보인 뒤 달러당 5천50∼5천 1백 루블선에서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같은 루블화의 안정은 인플레율의 둔화와 함께 러시아 경제가 마침내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 아니냐는 다소 성급한 분석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4월의 인플레율은 8.5%로, 1월 17.8%, 2월 11%, 3월 8.9%에 이어 매달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대로 라면 연말까지 인플레율을 1∼3%로 묶어 놓겠다는 러시아 정부의 목표가 과욕만은 아닌듯 싶다.
경제상황의 호전을 알리는 신호는 이밖에도 많다. 올 1·4분기 국민총생산이 2백92조루블로 전년동기대비 5%만 하락함으로써 낙폭이 과거(10∼20%)에 비해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대외교역도 지난 1∼2월중 수출 88억달러, 수입 57억달러로 27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러시아 경제가 안정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 경제팀이 긴축재정을 통한 안정화 정책을 강격하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의회가 경제안정에 대해 원만히 협력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또 2단계 사유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민간부문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점도 경제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안정세가 투자부족과 경기침체등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지는 아직 낙관하기 힘들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대부분 중단된 상황에서 민간투자나 외국인 투자를 유도, 생산을 활성화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긴축과 경기부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를 경제안정화 원년으로 삼아 긴축정책을 추진하되 각종 법령을 정비하면서 경기활성화에 대비한다는 복안이다. 러시아 경제가 일단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보일 것은 분명한데 현 경제팀이 이번 「호기」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장기적 경제안정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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