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리치 모친 구설수」·공동진행자와 불화/CBS,시청률 최하위되자 희생양으로미CBS TV의 베테랑 뉴스진행자인 댄 래더(63)와 함께 「이브닝 뉴스」의 공동 앵커를 맡아오던 중국계 여기자 코니 정(48)이 앵커직을 그만두게 됐다. 코니는 최근들어 악화하고 있는 시청률 하락에 대한 희생양으로 앵커직을 박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적으로 뉴스보도에 강세를 보여온 CBS는 근년들어 뉴스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에서 3대 방송중 최하위로 밀려날정도로 사세가 흔들리고 있다. CBS측은 이번 인사조치가 공동 앵커제도의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방송국측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더라도 코니가 댄과의 불화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쓴 것만은 분명하다.
코니는 지난 93년 6월부터 댄과 「이브닝 뉴스」를 공동진행하기 시작한 이래 그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어왔다. 그들이 뉴스시간에 전한 뉴스보다는 그들이 만들어 내는 뉴스가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 두사람의 불화가 결정적으로 표면화한 계기는 지난 4월 19일 오클라호마 폭탄테러 사건이었다. 댄은 사건당시 오클라호마에서 멀지않은 텍사스주 미들랜드서 휴가중이었다. 그는 사건 발생직후 본사에 전화를 걸어 현장으로 달려가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하지만 CBS 경영진은 그에게 『휴가를 계속하는게 좋겠다』는 말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맨토에서 이브닝 뉴스를 진행하던 코니 정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평소 코니가 현장취재에 적합치 않다고 생각해온 댄은 최고위층에 항의의 뜻을 표시했고 이를 전해들은 코니가 발끈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니는 댄의 우려대로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3일만에 본사로 소환됐다.
코니는 올해 초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나이 든 모친과 인터뷰 도중 『우리들끼리의 얘기니까 아드님이 힐러리 (클린턴)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달라』고 구슬러 『X년이라고 불렀다』는 대답을 받아낸 뒤 이를 여과없이 방영해 언론인으로서의 윤리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국의 전국방송망이 남녀 앵커를 주요 뉴스 시간대에 등장시켰다가 여성을 도중하차 시키기는 이번이 두번째이다. ABC 방송은 20년전 바버라 월터스와 해리 리즈너를 공동앵커로 기용했다가 두 사람간의 불화로 포기한 바 있다. 코니는 지난 46년 워싱턴 DC에서 중국인 부친 윌리엄의 10남매중 막내딸로 태어난 이민 2세. 메릴랜드대학 언론학과를 졸업한 코니는 71년 CBS 지방 방송기자로 출발해 뉴욕본사와 LA지사에서 근무했다. 동양적 미모와 뛰어난 언변을 자랑하는 코니는 84년 LA근무 당시 현지 토크쇼 진행자인 이혼남 모리포비치와 결혼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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