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원전판매·핵실험 등 최근파행에 불만/“여차하면 「하나의 중국」 정책 포기”「타이완의 달러외교가 위력을 발휘한 것인가」 「아니면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타이완카드를 뽑아든 것인가」
리덩후이(이등휘)타이완총통의 방미를 둘러싸고 미―중국―타이완을 잇는 3각 관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총통의 방미가 실현된다면 이는 클린턴미행정부가 중국과의 외교수립이후 줄곧 견지해온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존의 외교기조를 수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미행정부의 공식발표는 나오고 있지 않지만 외신들은 결정은 이미 내려졌고 발표만 남았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어쨌거나 미정부의 이총통 방문허용여부가 이슈화한 것은 미국의 중국을 겨냥한 다목적 압박전술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미·중양국관계는 최근 국제정치·경제분야에서 숱한 알력을 겪으며 긴장국면에 처해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최근 핵실험을 재개하고 대이란 원전판매를 추진해오는 한편 경제분야에서도 지적재산권협상및 세계무역기구(WTO)가입문제를 놓고 시종 고압적인 태도로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려왔다. 이에따라 「중국 길들이기」에 고심해온 클린턴행정부는 이총통의 방문허용을 통한 「타이완카드」를 활용, 대중국 견제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중국의 팽창노선에 위기감을 느낀 미의회의 협력이 절대적인 몫을 차지했다. 미상원과 하원은 지난주 각각 97대1, 3백60대0의 압도적인 표차로 이총통의 비자발급 승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중국의 반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클린턴행정부는 의회의 강력한 요청을 마지못해 수용하는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미상원외교위는 한술 더떠 기존의 「주미타이완경제대표처」를 「주미타이완대표처」로 한단계 격상시켰다. 때문에 이총통의 미국방문은 결국 친타이완인사인 헬름스상원외교위원장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타이완정부도 이총통의 방미를 관철하기 위해 달러외교를 앞세워 막강한 로비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이완정부는 대부분 아시아국가와는 달리 대미로비를 워싱턴과 핵심정치인에 국한시키지 않고 주정부와 중하위급 관료, 심지어는 의원보좌관등에도 인맥을 뻗치면서 저인망식 로비를 강화해왔다.
물론 타이완 로비세력의 확실한 무기는 돈이다. 현재 미국전역에 있는 타이완경제대표처산하 13개 지역사무소는 로비회사에 수백만달러씩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주요대학에도 기부금을 출연해왔다. 특히 이총통의 방미를 추진해온 코넬대는 지난한해동안 타이완정부로부터 2백만달러의 교수연구지원금을 기부받은데 이어 이총통측근으로부터 이와별도로 2백50만달러를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타이완입장에서는 이총통의 방미가 실현되면 79년 1월 단절됐던 미-타이완 관계를 반전시킬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의 향후 대응이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외교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다. 극단적으로 미국이 이를 포기할 경우 다른 나라에서도 하나의 중국정책이 도미노처럼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정부가 잇단 외교성명을 통해 이총통의 방미를 강력히 비난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으며 미국이 주춤거리는 것도 중국의 격한 반응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시켜 외교고립 탈피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타이완과 이를 극력 저지하려는 중국, 그리고 이같은 역학관계를 교묘히 이용하려는 미국등 3개국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1라운드에 돌입한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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