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센트·르망 등 세계시장 돌풍불구 맥못춰/국산차 덩치 세계2위… 경차보급 3% 불과우리나라에서는 덩치 큰 차가 잘 팔린다. 우리나라 자동차소비자들은 차를 선택할때 주머니사정이나 차의 성능을 고려하기보다는 차의 크기를 가장 중시한다. 이때문에 80년대 엑셀이후 미국 유럽등 세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엑센트(현대) 르망 씨에로(대우) 아벨라(기아)등이 정작 한국시장에서는 외면당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주차난 교통난을 줄이고 철강재등 자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경차의 시장점유율은 3%대에 머물고 있다.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높은 일본(26%) 프랑스(39%) 이탈리아(49%) 영국(11%)등보다 너무 저조하다. 소득수준에 비해 자동차 소비수준은 선진국을 능가하는 「자동차 인플레」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성능에 비해 너무 비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국산 대형승용차가 국내시장에서 불티나게 팔리는데 누가 마진이 적고 잘 팔리지도 않는 경차를 생산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우리의 이같은 「자동차인플레」현상은 최근 대우중공업 국민차사업본부가 경차보급 확대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 92년 신규 등록한 승용차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요 국가의 자동차크기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입증된다.
이 분석자료에 의하면 한국 승용차의 평균면적이 미국 승용차들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서 운행되는 승용차의 전장(전장·차의 길이)과 전폭(전폭·차의 너비)을 곱한 평균면적은 7.14㎡로 미국(8.49㎡)에 이어 2위이다. 독일(7.0㎡) 일본(6.89㎡) 영국(6.86㎡) 스페인(6.67㎡) 프랑스(6.60㎡) 이탈리아(6.32㎡)등은 우리보다 작다. 차량의 평균면적은 각국에서 신규 등록된 승용차 가운데 상위 20위이내 모델의 면적을 등록대수에 따라 가중평균, 산출한 것이다.
우리나라 차들의 평균면적이 큰 것은 외국차들의 범퍼두께가 평균 7㎝가량인데 비해 우리나라 차는 평균 10㎝정도로 두껍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주된 원인은 경차보급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70년대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은후 에너지절약을 위해 경차의 보급확대를 위한 방안을 시행해왔다.
서방 선진 7개국(G7)에 속하는 이탈리아는 신규면허 취득후 3년간 경차보유를 의무화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취해 승용차시장에서의 경차비중을 절반가량까지 끌어올렸다. 일본도 경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취득세등 각종 세금과 도로통행료 보험료등을 깎아줌으로써 경차보급률이 30%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승용차(6백14만대)중 경차의 비중을 30%로 올렸을때 자동차 생산에 소비되는 철강 비철 비금속 절약량은 무려 1백15만8천톤에 달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는 1조원(9천7백78억원)가량에 달한다. 이와함께 절약되는 휘발유는 5천8백21억원(1백2만㎘)이나 된다.
최근 행정쇄신위원회를 주축으로 당국은 경차에 대해 세금 주차료 보험료 삭감혜택을 제공, 경차보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엇갈린 관계부처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자동차업계도 마진도 많고 잘 팔리는 중·대형차를 제쳐두고 애써 경차를 생산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유일하게 경차를 생산하고 있는 대우자동차도 판매부진으로 티코의 생산라인을 축소하고 연산 10만대규모였던 다마스(경승합차) 라보(경화물차)의 생산라인을 2만∼3만대규모로 축소했다.
기아와 현대자동차도 이미 경차를 개발해놓고 양산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선진국들은 에너지절약과 교통난 완화를 위해 차의 덩치를 계속 줄이고 있는데 우리 소비자와 업계, 당국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차에 대한 인식 전환과 경차보급 확대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시급하다.<유승호 기자>유승호>
◎세계 각국 경차 현황/불 “세컨드카로 정착” 93년 보급률 39%/이 “3년간 의무보유” 규정 49% 달해/일은 각종 세금혜택에 26%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경차는 탄탄한 시장기반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일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선진국중 국토가 방대하고 자원이 풍부한 미국만이 경차보급이 비교적 저조할뿐 일본 유럽 각국에는 경차가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경차가 가장 대중화해 있는 나라는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등 유럽국가들이다. 경차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다 경제성과 편리성을 중시하는 유럽인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맞물려 경차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경차가 세컨드카로 새롭게 정착하면서 경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차보급률은 지난 93년기준으로 39%에 이른다. 경차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경차대중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2차대전후 국영기업인 르노사가 경차위주의 소형차개발에 적극 나서는등 정부가 경차보급에 앞장서왔다. 2차에 걸친 석유파동때 보급이 크게 늘어났던 경차는 최근에는 세컨드카의 위치를 굳히면서 대중차로서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는 경차보급률(93년기준)이 49%에 이를 정도로 일반화해있다. 1930년대 5백cc급인 피아트500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이후 정부의 지원등에 힘입어 경차는 대중차로서 확실한 기반을 가지게 됐다. 80년대초 보급률이 30%수준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경제성을 중시하는 사고방식이 확산되고 세컨드카로 새롭게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보급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면허를 신규로 취득한 다음 3년간 경차를 의무적으로 보유하도록 하는등 경차보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에서도 경차는 대중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석유등 부존자원의 부족과 파산상태에 이르렀던 2차대전이후 경제상황을 감안, 일본은 처음부터 소형차위주의 자동차산업을 육성해왔다. 6백60㏄이하 경차에 대해서는 소득세와 자동차세 보험료 통행료등 자동차관련 세금을 깎아주는등 각종 혜택을 부여, 경차수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심각한 교통난등의 영향으로 기동성이 뛰어나며 유지비가 적게 드는 경차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차보급률은 26%(93년기준)으로 우리나라의 3.4%(94년기준)에 비해 7배이상이다.<김병주 기자>김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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