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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 출발 북·미 준고위회담/정치공세 수위낮춘 북 속셈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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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 출발 북·미 준고위회담/정치공세 수위낮춘 북 속셈 촉각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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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수용여부 회담성패 관건/양측 막판 비장의카드 절충 예상지난 20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북·미간 준고위급회담 제1차 본회담은 서로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 강조하면서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는 탐색전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경수로문제등 북·미간 기본합의문의 이행을 둘러싼 본격적인 절충은 21일을 휴회하고 22일 속개되는 제2차 본회담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 이번 준고위급회담은 대개 일주일정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북·미가 상대방의 입장과 전술을 너무나 뻔히 알고 있어 실제 비장의 카드는 회담종반에 가서나 제시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20일 북·미간 첫번째 대좌의 결과만을 놓고 보면 회담전망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뒤섞여 있다. 따라서 회담의 최종결과에 대해 현재로선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다. 일단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와 관련, 긍정적으로 보이는 부분은 북한이 회담초반에 평화협정체결주장등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북한을 자극할 것을 우려, 평화협정주장을 배제키위한 의제절충을 벌이지 않고 바로 본회담을 가졌으나 북한은 예상밖으로 정치공세의 수위를 낮춘 것이다.

또 북한은 이번 회담을 최종적인 회담이라고 주장하면서 회담의 성과가 없을 경우 핵동결을 해제하겠다는 위협을 되풀이하면서도 그다지 무게를 싣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에 파견된 정부대표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함께 북미가 이번 회담의 초점을 경수로협상의 타결에 맞추면서 상대적으로 실무적인 차원에서 회담을 진행시키고 있다는 점도 우리 정부로선 다행스런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형경수로 수용및 한국의 중심적 역할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회담에 참석했던 미국대표단은 북한이 자신들의 핵시설을 동결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지 여부도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은 지금도 기본합의문 이행을 둘러싼 갈등을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제네바 합의의 당사자였던 강석주 외교부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 미국무부핵담당대사가 다시 만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이번 회담을 완전히 「버리는 카드」로 몰고 가는 것은 북한의 지연전술을 도와주는 셈이 된다. 북한의 지연전략이라는 것은 결국 핵동결 해제를 무기로 더 많은것을 얻어내려는 것으로 분석되기때문에 미국의 부담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북한은 이번 회담의 결렬을 미국의 책임으로 몰아붙이면서 핵동결 해제를 기정사실화하고 강―갈루치회담등 또다른 채널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의 초반에 정치공세를 자제하고 있는 것도 회담이 결렬됐을 경우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전술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결국 이번 회담도 북한이 한국형경수로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고 이 부분이 타결되지 않으면 회담은 결렬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와함께 이번 회담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끝날 경우 미국은 대화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 정부의 후퇴를 전제로한 또 다른 협상안을 제시하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회담을 지켜보는 정부 관계자의 분석이다.<고태성 기자>

◎외국인이 본 북한의 투자환경/주민 노동력 양호 경공업분야 유망/끊임없는 감시… 전기·연료난 심각

북한은 최근 외국자본을 유치하기위해 새로운 투자환경을 조성하는등 활발한 개방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직접 방문한 일부 외국사업가들의 눈에는 북한에서의 일상생활이 아직도 박탈감과 고립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외국의 신문이나 잡지, 위성방송 따위는 대사관 밖에서는 아예 볼래야 볼 수조차 없다. 일반 주민들과의 접촉이나 여행도 엄격하게 제한되고 있으며 규칙을 제대로 준수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누군가가 항상 따라다닌다.

북한을 자주 여행하고 있는 서방의 한 비즈니스 컨설턴트는 『가장 커다란 문제 가운데 하나는 계속 감시를 당한다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지적했다.

반면 북한에서 사업으로 재미를 보고 있는 사업가들은 참을성을 갖고 예상되는 일에 잘 대처해 나가기만 한다면 북한은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한 독일기업의 대표는 『주민들이 상당히 잘 훈련돼 있고 사고도 분명하기 때문에 제조업을 하는데는 매우 좋다』고 칭찬했다. 그는 평양에서 만든 남성용 재킷의 경우 중국이나 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에서 만든 것과 비교해 별로 손색이 없다며 『의류와 경공업 제품은 가능성도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업인들도 북한의 노동력은 훈련이 잘돼 있으며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도 모두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과거 구소련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 건설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상당히 갖고 있다.

그러나 아직 문제는 많다. 우선 전기와 연료등이 만성적인 부족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식료품을 구입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도 있다. 또 컴퓨터를 비롯한 과학기술은 15년에서 20년 정도 뒤져있고 필요한 정보도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평양 로이터="연합">

◎안보리 진출 확정과 뒷얘기/한국,비상임이사국 사상 최다득표 목표/“스리랑카 사퇴” 여러달전 확인… 북 방해우려 「비밀작전」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정부는 다음으로 유엔 사상 최다득표로 안보리에 진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선출을 위한 유엔 헌장상의 의결정족수는 총유효투표수의 3분의 2이다. 현 회원국 1백85개국중 대략 1백20여개국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표가 모자라게 되면 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 때까지 투표를 계속하게 된다. 투표는 올 가을 열릴 50차 총회에서 실시되며 총회 회부에 앞서 안보리이사국들로 구성된 신회원국 가입심사위원회의 가입신청 심사를 거치게 돼있다. 희망국은 오는 9월께까지 이를 위한 가입신청을 해야 한다. 그리고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각 지역 그룹별 공석에 대해 지지국을 기입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5개 이사국중 올해로 2년 임기를 다하는 오만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현재까지 한국의 안보리 진출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힌 국가는 1백50여개국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90여개국이 문서를 통해 지지의사를 명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는 가을총회때까지 지지국가를 최대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와관련, 박수길 주유엔대사는 『현재의 지지추세로 볼때 1백70∼1백80개국의 지지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 경우 지금까지의 기록인 1백70개국을 넘어 사상 최다득표가 된다. 하지만 실무급들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하다.

사실 스리랑카가 입후보의사를 철회한 것은 여러달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연초 유엔무대에서 오랫동안 노련한 외교관으로 꼽히던 전임 스리랑카대사가 교체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후 양국대사는 수시로 접촉을 가져 왔고 스리랑카의 출마철회 사실 역시 이 과정에서 전달받았다는 후문이다.

대표부측은 이를 물론 비밀에 부쳤다. 예상되는 북한의 방해외교책동 때문이다. 한국의 단독 입후보가 결정된 지난 19일의 아주그룹총회에서 회의의 시나리오를 미리 점검해야 할 정도로 치밀한 전략이 필요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우리측은 회의장의 분위기를 제압하기 위해 주요지지국들을 상대로 발언순서를 사전에 조정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차관원조를 받고있는 부탄이 우리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점을 적극 활용, 이달에 의장국인 부탄대사에게 회의진행을 위한 협조를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알파벳 순에 따라 한달씩 교대하는 의장국이 내달에는 중국이기 때문에 스리랑카의 후보사퇴를 이달내에「결행」키로 시나리오를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었는데, 중국측도 북한에 대한 부담을 덜기위해 이를 적극 희망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회의가 끝난뒤 한 대사는 회의결과에 대해 『훌륭한 계획이었다』고 우리측 참석자에게 축하를 표시하기도 했다.<뉴욕=조재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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