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은 한국 외교사의 큰 경사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성과를 「처리」한 정부의 처신을 찬찬히 살펴보면 안보리이사국이라는 국제적 지위에는 걸맞지 않은 매우 이상한 대목들이 걸쳐져 있어 내내 껄끄럽다. 발표과정과 방식이 그렇다.우선 정부의 발표문을 보자. 외무부가 보도자료의 형식을 빌어 지난 19일 하오 내놓은 발표문은 『스리랑카가 19일 상오(현지시간) 유엔 아주그룹회의에서 비상임이사국 후보 사퇴를 발표할 예정』이라는 단 두줄이다. 평소때 같으면 한뭉치의 자료와 상세한 설명이 따르는 의미와 무게를 지닌게 이번 사안이다. 유례없이 황급한 발표문이다.
더구나 「예정」이라는 문귀는 지극히 이례적이었다. 서울에서 이 발표문이 나온 시각은 현지에서는 그날 새벽. 아주그룹회의가 열리려면 한참도 더 남은 시점이었다. 특히 아무리 사전합의가 완벽하더라도 회의현장의 분위기를 함부로 장담할 수가 없는 특수성을 갖고 있는게 유엔회의이다.
주유엔대표부가 이 시각까지의 상황에 대해 일체 침묵했던 것은 결과의 공을 서울로 돌리려 했던 관료사회 특유의 「움츠리기」로 이해해 줄 수 있다. 그러나 외교사안의 경우 민감하고 중대할수록 사전에 이를 발표하지 않는 것이 국제사회의 룰이자 책임감있는 일원으로서의 행태이다. 특히 그날 새벽 유엔대표부에는 서울본부로부터 사전발표를 「강행」하겠다는 긴급연락이 두 세 차례나 왔고 현지에서는 만일의 경우에 대한 유동적 사정을 소명한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그렇다.
이 발표의 앞뒤는 이처럼 여러가지 상식으로 좀체 납득하기가 어렵게 돼있다. 작금의 「국내상황」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를 해보려는 외무부의 과잉발상이 아니었느냐는 눈총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