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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탄생 100년기획(박흥진의 명감독열전: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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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탄생 100년기획(박흥진의 명감독열전:34)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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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흥분시킬줄 아는 자칭 “B급영화 제작자”/사건기자 경험살려 범죄자등 반영웅세계 조명/장 뤽 고다르·빔 벤더스등 개성파감독들의 우상『영화는 전장과 같다. 사랑, 증오, 액션, 폭력, 죽음…. 한 마디로 감정 그 자체이다』 할리우드의 이단자 새뮤얼 풀러(SAMUEL FULLER·83)는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를 「싸구려 프로그램을 메우는 자」라고 부른 풀러는 거친 B급 영화의 각본가·감독·제작자이다. 장 뤽 고다르, 데니스 호퍼, 빔 벤더스 등 독립심 강한 감독들은 그를 우상처럼 섬기고 있다.

풀러의 작품은 강렬하고 자기주장을 고집하며 충동적이다. 우아하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것이 무언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감독이다.

낯선 상황과 으스대는 대사들이 가득한 풀러의 영화는 싼 값에 단 시간내 만들어졌다. 잘 다룬 장르는 전쟁영화(메릴의 습격자들, 차이나 게이트)와 야릇한 드라마(충격의 회랑, 흰 개) 그리고 범죄영화(진홍 기모노, 지하세계 USA).

풀러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것이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PICKUP ON SOUTH STREET·53년 폭스작)다.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당시 나온 이 영화는 정치영화이자 필름느와르 스타일의 범죄스파이 드라마다.

뉴욕의 어둡고 지저분한 지하세계를 무대로 소매치기, 창녀, 밀고자 같은 반영웅들이 판을 치는 작품이다. 풀러로서는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인 국제영화제 수상작(베니스영화제 동사자상)이기도 하다.

뉴욕 뒷골목의 쥐새끼 같은 좀도둑이요 소매치기인 스키프(리처드 위드마크)는 어느 날 지하철에서 캔디(진 피터스)의 핸드백에 든 지갑을 훔쳐 낸다. 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사에 불과한 이 소매치기 사건으로 스키프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내 죽을 곤욕을 치르게 된다.

캔디의 지갑 안에는 국가 최고기밀을 담은 마이크로 필름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필름의 행방을 쫓아 공산주의 첩자와 미 정부기관원들이 서로 혈안이 돼 스키프를 추적하면서 긴장감은 절정에 이른다.

드와이트 테일러의 마약밀매자 얘기를 쓴 「영광의 불꽃」이 원전. 각본도 쓴 풀러는 단순한 범죄얘기에 정치적 색채를 가미했는데 원작에 깊이를 주고 세밀하고 복잡하게 재구성, 맹목적 반공주의 영화의 한계를 초월했다.

풀러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냉소적이요 범죄자인 것과 그들이 활동하는 세상이 늘 배반적인 것은 그가 오랫동안 범죄사건 전문기자로 활약하면서 범죄자들의 하계에서 얻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12세 때 뉴욕 저널지에 원고 나르는 소년으로 입사, 신문사 경험을 익힌 뒤 17세때 샌디에고선지의 범죄사건 전문기자로 취직했다. 24살때 할리우드에서 각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2차대전이 나자 북아프리카와 유럽전투에서 공을 세워 은성무공훈장을 받았다.

그의 영화는 감상적이고 거칠고 야하다는 비판도 듣고 있다. 풀러의 영화는 비록 단순할지는 모르지만 행동과 열광으로 가득 차 있다. 풀러는 『나는 혼란과 갈등과 논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스타일은 강펀치를 날리는 식이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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