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서울 갈 당나귀는 발통만 봐도 알수 있다』1992년 가족과 함께 자유남한으로 가기위해 북한을 탈출했다. 그러나 서울로 가는 길은 험산준령이었다. 중국의 허허벌판에서 2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수차례의 사선을 넘고서야 비로소 서울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내 발통이 북한의 속담처럼 아주 나쁜 것은 아니었나 보다. 북한에 있을 때 남한에 대한 소식은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내눈으로 직접 보니 정말 놀라웠다.
우선 자동차가 너무 많아 숨을 쉬기 어려웠다. 이북에는 전국적으로 자전거까지 다 합쳐도 이렇게 많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남한에 와서 생활 해보니 얼마나 편하고 수월한지 할일이 없는 바보처럼 느낄 때가 많다. 백화점과 호텔 식당 상점 가게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물건들은 얼마나 가지각색으로 많은지 어지러웠다.
물건 하나하나가 도대체 어디에 쓰이고 이름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다. 먹는 음식들도 가짓수가 너무 많다. 가는 곳마다 물건을 사라고 외쳐대 정신을 못차리겠다.
회사나 공장에 가보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일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원에 가보면 평화로운 모습으로 즐기며 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일하지 않고 노는 사람처럼 보인다. 정말로 뭐가뭔지 잘 모르겠다.
이북 사람치고 서울구경 해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정작 서울에 와보니 몇년이 걸려도 서울을 제대로 알지 못할 것 같다. 이북에서 사람이 제일 많이 살고 있는 곳이 바로 평양이다. 그러나 평양은 서울에 비해 너무도 조용하고 쓸쓸해 보인다. 자가용승용차를 갖는 것은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화물자동차나 버스도 연료사정으로 자기 길만 다닌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표정은 모두 똑같다. 외국인들이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어디를 가보아도 일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우리가 뭐 바쁘게 열심히 일할 필요가 있느냐』는 한가로운 모습이다. 사회주의제도가 이렇게 좋은가? 다시한번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는 문제이다. 평양에도 만경대나 대성산등에 김일성 생가나 사적지들을 만들어놓고 유희시설을 갖추어놓은 공원들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오는 대다수 사람들은 질서있게 줄을 지어오는 단체손님들이다.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사회주의 우월성에 대한 교육차원에서 왔는지 휴식을 위해서 왔는지 알수가 없다. 평양시에는 백화점이 7개나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판매원들은 고생이 많다. 파는 것도 별로 없이 매장을 지키자니 답답하고, 진열품이라도 사겠다고 졸라대는 손님들과 입씨름을 하자니 얼마나 고달프겠는가. 그런데도 백화점 판매원이 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배경이 좋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평양에는 7개 백화점 외에도 락원백화점이나 대성백화점 같이 외화로 물건을 살수 있는 외화상점들이 있다. 대다수의 북한사람들은 이런 외화상점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더러는 증오스러운 눈빛으로 훌겨 보기도 한다.평양의 식당에서 예비표를 사용한다도 하면 믿기 어려울 것이다.
음식이 부족하다 보니 모든 손님들에게 다 팔수가 없다.그래서 예비표가 필요한다.비표를 제출해야만 식당출납에서 돈과 양표를 받는다.예비표는 구하기가 쉽지 않다.암거래를 통해 많이 팔린다.평양에서 식사한번 하자고 하면 정말로 골치 아프다.
내가 자류로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불횬듯 고향생각이 난다.내고향 내친구들이 살고 있는 이북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뿐이다.
◇이철수
▲평북 강계·41세
▲강계 고등물리학교 졸업
▲강계 도시설계연구소
▲평양시 사회국방체육관
▲만포시 편의봉사 관리소
▲94년 7월 중국체류후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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