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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마약조직 정치권 연루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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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마약조직 정치권 연루 “파문”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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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 등 8명에 자금 지원/“현대통령까지도 관련” 의혹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의 피살로 메데인 카르텔이 와해된 후 세계최대 마약조직으로 부상한 칼리 카르텔이 콜롬비아 하원의장을 포함한 현역의원 8명에게 거액의 선거자금등을 지원해온 사실이 최근 검찰 수사 결과 밝혀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인 경찰간부 군장교등이 마약조직과 관계를 맺고 있을 것이란 의혹은 그간 수시로 제기됐지만 검찰수사에 의해 현역의원들이 마약조직과 연결됐다는 결정적 혐의가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국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다.

마약범 소탕에 확고한 신념을 가진 알폰소 발디비에소 검찰총장의 지휘아래 콜롬비아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잡게된 것은 최근 칼리 카르텔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지는 칼리시의 일부 건물들을 전격 수색, 몇가지 서류를 압수한게 계기가 됐다. 검찰은 압수한 서류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92년 9월께부터 소자본으로 설립된 뒤 매달 엄청난 판매고를 기록했던 4개 수출회사가 얼마전 석연찮게도 모두 폐업한 사실을 발견하고 여기에 주목했다.

커피수출회사인 엑스포트 카페는 자본금이 불과 3만6천달러밖에 되지 않는데도 매달 평균 3백30만 달러 어치의 물건을 해외에 내다 판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류 쌀 콩등을 취급한 라 로마, 라 에스트레야, 엘 디아만테등도 1만2천달러씩의 자본금으로 출발했지만 매달 자본금 1백배 규모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장부에 기재해 놓았다. 특히 이들 4개 회사의 94년 3월(국회의원 선거)과 6월(대통령 선거) 사이 판매액과 지출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회사들이 칼리 카르텔의 위장 사업체인 것으로 보고 수사의 강도를 높였고 그 결과 예상대로 칼리 카르텔이 마약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세탁, 선거를 앞둔 유력정치인들에게 선거자금을 제공할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결국 칼리조직이 현역의원 8명에게 돈을 건네준 증거를 확보한데 이어 더 많은 정치인들이 여기에 관련된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현 대통령 에르네스토 삼페르까지도 정치자금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기간에 반공개적으로 삼페르측 운동원들에게 호텔비등 각종 경비를 제공한 투자 전문회사 인베르시오네스 아라와 삼페르의 재정담당 산티아고 에디나에게 상당한 액수를 기부한 유통회사 리토파라요네스의 실제 소유주가 각각 칼리 카르텔의 보스와 그의 부하라는 사실이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삼페르와 메디나, 그리고 칼리조직은 즉각 서로 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검찰 역시 현재로서는 대통령을 의심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국민들의 의구심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마약범들과 불법유착된 현역의원들을 물증과 함께 색출해냈지만 이들을 모두 기소할수 있을지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는 콜롬비아 국내법이 고위 공직자에 대한 기소여부 결정은 대법원만이 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때문이다. 칼리 카르텔은 테러를 일삼았던 메데인파와 달리 합법을 가장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고 조직원들도 정장차림으로 활동, 검찰이 이들을 소탕하기가 더욱 힘든 형편이다.

현직 대통령은 차치하고라도 혐의사실이 드러난 현역의원들에 대해 대법원이 과감히 기소결정을 내려야만 검찰의 마약 수사가 더욱 활기를 띨 것이란게 중론이다.<상파울루=김인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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