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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지구촌 한인들­미 쇼어라인시 초대 시의원 이승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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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지구촌 한인들­미 쇼어라인시 초대 시의원 이승영씨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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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바빠 결혼은 생각조차 못해요”/28세 최연소 당선/이민 1.5세 미혼녀/보잉사 엔지니어/“1000여교포들 물심양면 지원 큰힘 피부·인종 초월한 대표로 거듭날터”지난달말 미워싱턴주 쇼어라인시 초대 시의원에 당선된 이승영(미국명 쉐롤 리)씨는 여러모로 현지 언론의 화제가 됐다.

당선자 7명중 최연소 (28세), 이민 1.5세 여성,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의 엔지니어등 언론의 구미를 당길만한 매력적인 요소들이 그에겐 그만큼 많았다. 이씨는 득표수에서도 41명이 출마한 예비선거에서 2위, 14명이 7개조로 나뉘어 각기 맞붙은 본선거에서 3위를 차지했다.

남쪽으로 시애틀시와 접경한 쇼어라인시는 지난해 9월 주민투표로 시 독립을 결정했고, 그 첫번째 정치 행사로 초대 시의원들을 선출했다. 이들은 올 9월로 예정돼있는 독립 시 등록과 관련된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며 초대 시장도 자신들중 한명을 임명하게 된다. 인구 5만의 조용한 교육·주거도시가 지난 몇달간 시의원 선거로 들썩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씨의 당선은 한인 1·2세가 합심해 만들어낸 정치 작품이란 점에서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쇼어라인에는 1천여명의 한인 교포가 살고 있는데, 이씨는 이민 1세들이 물색 끝에 낙점한 후보였다.

1세들은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자신들보다 젊고 유능한 2세를 내세워보자는 데 뜻을 같이했고 물망에 오른 몇몇 젊은이 중 이씨를 최종주자로 선정했다. 이씨 역시 1세들의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선거자금도 1세들이 후원의 밤등을 통해 75% 가까이 모금해 주었고 캠페인은 이씨 또래의 한인 젊은이들이 발벗고 나서 도와주었다.

이씨는 그러나 1세들의 당초 구도처럼 「한인 사회의 대변인」에만 머물지는 않을 생각이다. 쇼어라인에 사는 소수민족 가운데 3∼4번째로 인구가 많은 한인들이지만 그동안 변변히 정치대표자를 내지 못했고, 그래서 자신에 거는 1세들의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음을 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한인끼리만 따로 뭉치기보다는 피부와 인종에 구애됨이 없이 함께 어울리는 것이 한인사회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도 자신을 한인이나 아시아계의 대표자로 보지 말고 한인과 아시아계를 잘 이해하는 한 사람으로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씨는 타고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어린」나이에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도 5개월간의 선거유세 기간에 그가 보여준 정치적 자질과 재능은 놀라웠다. 정견발표와 언론 인터뷰는 물론 소개서 작성과 호별 방문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거침이 없었다.

선거 참관인들조차 『41명의 출마자중 쉐롤의 선거 운동이 가장 프로페셔널하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9세때 미국에 온 이씨는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도 4남매의 맏이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해 왔다. 주물공장 등에서 막일을 하면서 뒷바라지한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이씨와 그의 세 동생 모두 워싱턴 주립대를 졸업했거나 다니고 있다.

시의원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기쁜 날』 이라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 역시 기쁘고 서러웠다.

보잉 767기와 747기 내부 시스템 엔지니어인 이씨는 회사에서 하루 꼬박 8시간을 근무한 뒤 나머지 시간을 쪼개 시의원 일을 하고 있다.

너무 바빠 결혼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는 그는 『열심히 하다보면 또다른 길이 열릴 것』이라는 말로 앞날의 정치적 포부를 대신했다.<시애틀지사=김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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