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노선 150개역 거미줄 연결/2차대전땐 방공호로도 활용/200명어린이 출생지되기도모스크바시민들의 자랑거리중 하나를 들라면 무엇보다 메트로(지하철)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5일로 개통 60주년을 맞은 모스크바 지하철은 모두 9개 노선에 1백50개의 역으로 되어 있으며 매일 9백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르고 있는 시민들의 「발」이다.
터널식 공법으로 지하 20∼50 깊이에 건설돼 붕괴 위험이 전혀 없고 시내의 주요지점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어 편리하기 이를데 없다.
역마다 각기 다른 색의 대리석을 사용했고 콤스몰스카야, 플로샤드레볼루치, 벨로루시, 노보쿠즈네츠카야등 일부 역은 브론즈상과 멋진 샹들리에로 장식돼 예술적 아름다움도 갖추고 있다. 겨울에 눈때문에 지상교통이 마비될 때가 많은 모스크바에서 지하철은 시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해줄 뿐 아니라 역에서 추위를 피할 수도 있어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또 웬만한 폭탄은 물론 핵공격에도 끄떡없도록 건설됐기 때문에 전시에는 방공호로 사용될 수도 있다.
지난 2차 세계대전중 모스크바가 나치독일에 공습당할 때 2백여명의 아이들이 지하철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이용방법도 간단해 매표소에서 6백루블(약10센트)을 내고 토큰을 산 뒤 이를 자동 개찰구에 집어 넣으면 지하철내로 들어갈 수 있고 환승역에서 추가요금을 내지 않아도 다른 전동차로 갈아탈 수 있다. 때문에 길을 물으면 어느 지하철역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면 된다고 대답할 정도로 시민들에게 생활의 일부분이 돼 있다.
하지만 건설된지 오래된 탓에 개보수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규모의 확대와 교통수요의 증가로 노선의 대폭확충과 새로운 전동차의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모스크바시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나 시의 재정난에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워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스크바시는 연방정부에 2조루블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9백억루블밖에 줄 수 없다는 반응에 크게 실망하고 있다. 유리 리즈코프시장은 『모스크바시의 발전은 지하철에 달려있다』며 연방정부 고위관계자들에게 계속 자금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새로 주거지역으로 개발된 지역과 시교외까지 모두 1백15∼1백20의 노선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시재정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시당국의 주장이다.
연방정부는 예산형편상 이같은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면서 지하철요금을 인상하거나 다른 재원을 찾도록 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스크바시에서는 계속 연방정부를 설득하는 한편으로 지하철 운영에 상업주의적 방법을 도입한다는 묘안을 짜내기에 이르렀다. 즉 광고를 유치, 광고비로 우선 필요한 시설을 새로 마련하거나 개보수 한다는 것이다.
모스크바지하철관계자들은 광고비를 받아 역간판을 비롯, 전화박스·안내도·대기의자·화단등을 새롭게 말끔히 단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광고비가 많아지면 새로운 전동차인 「야우자」도 구입할 계획이며 지하철 개찰방법도 전자식카드를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바꿀 계획이다.
광고업자들도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광고효과가 높을 것으로 판단, 지하철당국에 광고신청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모스크바지하철도 머지않아 뉴욕이나 런던처럼 광고 홍수상태가 날 수도 있지만 많은 시민들은 지하철이 보다 편리하기만 하면 별 상관이 없다는 반응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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