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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못하는 수재(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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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질 못하는 수재(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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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1학년 「바른 생활」 교과서에 젓가락 사용법을 넣어야 할만큼 어린이들의 절반이상이 젓가락질을 제대로 못한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그것은 단지 젓가락질의 문제가 아니고, 많은 부모들의 가정교육 포기와 그로 인한 아이들의 불균형 성장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대학시험에 나오지 않는 것, 출세와 돈벌이에 필요하지 않은 것은 부모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부모의 교육수준이 높든 낮든, 아이의 자질이 우수하든 아니든, 별 차이가 없다. 공부못하는 것은 흉이고 걱정거리지만, 젓가락질 잘 못하는 것 쯤이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훈육포기로 아이들은 어른의 가르침에 귀기울이는 미덕을 잃게 됐다. 한 할머니는 고등학생인 외손자와 함께 밥을 먹다가 숟가락 젓가락 쓰는 법을 바로 잡아주려 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자 딸과 사위까지 한꺼번에 야단쳤다고 말했다. 『젓가락질 못하는걸 지적당하고 본인도 부모도 부끄럽지 않다면, 너희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도대체 뭐냐. 일류대학 못가는 것만 부끄러운 일이냐』고 할머니는 꾸짖었다고 한다.

요즘 어린이들이 젓가락을 제대로 쓸줄 모르는 것은 젓가락대신 포크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포크를 바로 사용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식사하다가 포크와 나이프를 쥔 손을 휘두르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고급식당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어린이들은 한술 더 떠서 포크를 손에 든채 위험하게 장난치기도 한다. 젓가락질을 제대로 가르친다는 것은 식사예절과 생활예절을 가르치는 시작이 돼야 한다.

지금의 40대·50대는 대개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식사하면서 식사예절을 배웠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럴 기회가 거의 없고, 부모는 영양공급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젓가락질 못하는 자기 아이에게 무감각한 부모가 다른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식사예절을 배우지 못한 아이가 공동생활의 다른 예절을 지키는 인간이 되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교과서에 젓가락 사용법을 넣기로 했다는 것은 그것이 가정교육의 몫이냐 학교교육의 몫이냐를 떠나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적어도 의무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생활예절과 공공질서는 확실하게 배울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젓가락질도 못하는 수재를 키우는 것이 교육의 목표일 수는 없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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