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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에 대한 성불평등부터 없애자”/미 여성운동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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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에 대한 성불평등부터 없애자”/미 여성운동 새로운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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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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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뿌리깊은 남학생위주 교육환경 영향/고학년 갈수록 과학등 성적 하락·자긍심 상실/종전 취업·승진등 초점 탈피 「공평한 교육」 강조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에 본부를 둔 뉴욕―뉴저지 항만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직원들의 아이들을 본부건물로 초청했다. 항만관리위원회의 주요시설과 사무실을 견학하고 연극 합창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 아이들가운데 남자아이는 한명도 없었다. 이 날은 매년 4월 넷째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직장에 딸 데려오는 날」이었다. 미국전역에서 최소한 2천5백만명의 부모가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 「직장에 딸 데려오는 날」행사는 미국사회가 사회진출 이전의 소녀들이 겪는 성적 불평등에 대해 심각하게 주목하기 시작한 사실을 상징한다. 이 행사가 이제 겨우 세해째를 맞은데서 알 수 있듯 지금까지 여성운동은 주로 취직 승진 임금 성희롱등 여성들이 기성사회에서 받는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소녀들이 학교 및 사회에서 겪는 불평등에 대한 각종 연구보고서와 책들이 발표되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들어서이다. 전국여성대학인협회(AAUW)의 공보담당 질리안 레이씨는 『이는 여성운동의 질적·양적성장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동시에 고급여성인력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2005년이 되면 미국전체 노동인구의 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성인력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면 노동력의 질저하로 인한 국가경쟁력상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조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소녀들의 실태를 조사한 최초의 보고서는 AAUW에 의해 90년 발표된 「소녀 속이기, 미국 속이기(SHORTCHANGE GIRLS, SHORTCHANGE AMERICA)」·9세에서 15세사이의 남녀학생 3천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작성한 이 보고서는 남성위주 교육환경에 의해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고학년에 갈수록 수학·과학성적이 뒤처지고 자긍심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밝혀내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소녀들의 실태에 대한 각종 연구보고서와 저술이 뒤따랐다. 미라 새드커, 데이비드 새드커 교수부부(아메리칸대학)는 지난해 발간한 「공정성의 상실」이라는 저서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 수업과정에서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8배나 더 자주 지목되며 과학실습은 79%가 남학생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매사추세츠주 웰슬리대는 이달초 1천3백건의 각종 자료를 종합, 「학교가 어떻게 여학생을 기만하고 있는가」라는 연구집을 출판했다. 「여성심리 및 소녀의 계발」(하버드대) 「원대한 꿈, 뿌리깊은 불평등」(인디애나주 청년기구) 「딸과 엄마의 혁명」(엘리자베스 드볼드, 마리 윌슨, 아이델리스 말라베) 「성장하는 미네소타 여성」(미네소타 여성기금)등은 90년 이후 발간된 주요 보고서 및 책들이다.

▲남학생에게는 여학생보다 더 복잡하고 추상적인 문제들이 주어지고 ▲남학생의 숙제는 학문적 성과에 의해 평가되지만 여학생의 것은 깨끗하다는 관점에서 평가되며 ▲성적이 우수한 여학생은 우수한 남학생에 비해 훨씬 동료로부터 질시를 받는 현상은 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불평등한 교육환경의 모습이다.

AAUW보고서를 읽고 충격을 받아 여학생들을 직접 인터뷰, 「스쿨 걸스」라는 책을 펴낸 여성언론인 페기 오렌스타인씨는 『실제로 첫 여학생을 인터뷰하기전에는 그들로부터 어떤 말을 듣게 될지 짐작하지도 못했다』며 『나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됐다』고 책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후 「여성운동」에 고정돼 있던 시선을 「소녀운동」의 영역으로도 확장하는 여성단체들이 늘어났다. 「미즈재단」(MS. FOUNDATION FOR WOMEN)은 91년부터 「전국소녀운동」(NATIONAL GIRLS INITIATIVE)을 시작했다. 「직장에 딸데려오는 날」도 이 운동의 일부분이다.

「SMART(SCIENCE MATH AND RELEVANT TECHNOLOGY)운동」은 초·중·고등학생 연령인 6∼18세까지의 소녀들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걸스 잉크(INC)」가 실시중인 운동이다. 자전거수리 컴퓨터분해 동물해부 등 학교교육에서 소녀들이 소외되는 분야의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여학생들에게 과감성과 전문직에 대한 포부를 길러주자는 것이다. 걸스 잉크는 또 이달부터 시작한 TV비판 프로그램 「걸스 리퀘스트TV」를 통해 TV에서 차별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소녀상을 소녀들이 스스로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해 재창조하도록 하고 있다.

90년부터 10개년 소녀교육운동을 시작한 AAUW는 「일레나 루즈벨트 교사장학제도」를 통해 매년 교사들을 초빙, 여학생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법을 교육하고 경험과 아이디어를 교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매사추세츠주 번코트중학교 교감 앨리스 보웬씨는 이 과정을 통해 수업시간에 남녀구분없이 명찰을 뒤섞은 뒤 그 중 하나를 뽑아 학생을 호명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소녀운동」이 보완해야할 점도 드러나고 있다. 콜로라도주 덴버시걸스카우트 단장인 주디 패트릭씨는 최근 한 여성운동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18세를 기준으로 기존의 여성운동과 소녀운동과의 경계가 뚜렷이 지어지기 때문에 고교 졸업전과 후의 유기적연관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여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교육프로그램들은 남학생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차별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미즈재단 정책개발부장 아델리타 메디나씨는 『여자아이들은 남자아이들에 비해 분명히 특별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이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차별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소녀들 성장」 은 사회 관심·투자 뒷받침돼야 여성운동 아닌 국익차원서도 능력개발 필수”/「걸스 잉크」 사무총장 이사벨 스튜어트씨(인터뷰)

『90년대 들어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고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의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여성운동차원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지요』

93년부터 걸스 잉크 전국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이사벨 스튜어트씨는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지원활동이 편협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다. 그는 『여자아이들에 대한 우리의 지원이 성공적일수록 남자아이들도 혜택을 보게 된다』고 말한다. 남자아이들도 편협한 성차별의식에서 벗어나 올바른 사회관과 인간관을 가질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학교에서도 보다 창조적이고 재미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라난다는 것은 진지한 사업이다」라는 말은 걸스 잉크의 표어이자 그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특히 소녀들에게 있어 성장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와 사회의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 정성이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녀들을 위한 운동은 2가지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스튜어트씨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소녀들을 교육시키고, 또 소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일반인들을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걸스 잉크는 미국의 산업혁명 당시 도시공장지역으로 유입돼오는 여자아이들에게 안전한 휴식처와 공부장소를 제공하기 위해 1864년 뉴잉글랜드지역(미국동북부)에서 설립된 전통깊은 단체다. 설립당시의 이름은 걸스 클럽이었으나 「클럽」이라는 이름이 주는 오락적 이미지를 피해 90년 걸스 잉크(법인 단체를 뜻하는 INCORPORATION의 약자)로 이름을 바꿨다. 초중고생 연령인 6∼18세 소녀 35만명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이 단체는 저소득층 소수민족등 소외계층 소녀들을 대상으로 수학 및 과학교육, 임신, 마약방지교육, 지도력향상교육, 호신술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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