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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검문 한번도 없었다”/탈영병에 납치 김종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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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검문 한번도 없었다”/탈영병에 납치 김종식씨

입력
1995.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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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병 “구타당해… 죽고싶다” 말해/한강변서 술 나눠마시며 자수 권유18시간동안 탈영병에 납치됐던 김종식(29·건축업)씨는 20일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끌려다니는 동안 한번도 검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19일 하오9시께 통일전망대 도로변에 갤로퍼승용차를 세워놓고 애인 채모(22)씨와 이야기를 하던중 무장한 이일병의 「습격」을 받았다.

김씨는 『웬 군인이 차에 올라타면서 「말을 듣지않으면 죽여버리겠다」며 점퍼를 빼앗아 입고 위협하는 순간 머리털이 곤두섰다』고 말했다.

시키는대로 차를 몬 김씨가 양화대교를 건너 한강시민공원에 30분만에 도착한 뒤 『여자는 보내달라』고 말하자 이이병은 순순히 응했다.

한숨돌린 김씨는 이이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탈영동기를 묻자 『부대에 배치받은 뒤 고참병에게 팔뼈에 금이 갈 정도로 맞았다. 죽고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일병을 안심시키기 위해 시민공원 매점으로 둘이 가서 캔맥주 6개를 사와 나눠마신뒤 올림픽대로를 한바퀴 돌아오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도망갈 수도 있었지만 동생같고 순진한 이이병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자수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서울로 들어올때나, 올림픽대로를 2시간이나 드라이브할때 은근히 검문을 기다렸으나 단한차례의 제지도 없었다.

차안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20일 상오 10시께 자수하라고 설득했지만 이이병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총에 총알을 장전했다. 무슨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불안한 기색을 보이던 이이병이 한참뒤 장소를 옮기자고 요구, 영등포공고앞을 지나 가양동쪽으로 차를 몰다 하오2시30분께 순찰차와 맞닥뜨렸다. 순간 이이병은 수류탄을 들고 차밖으로 뛰쳐나갔다. 말리려 뒤따라나갔지만 갑작스런 총성에 놀라 차밑에 몸을 숨겨 엎드리는 순간 「쾅」하는 폭발음이 들렸다.<박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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