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노조가 열흘간 냉각기간을 갖자고 제의하면서 당분간 모든 단체행동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은 일단 환영받을 만하다. 여론의 지탄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전술적 후퇴를 한게 아니냐는 일부 의혹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번 결정이 한통노조의 민주적 양식에서 나온 진정한 「후퇴」일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이 기간중 냉철한 자성이 있기를 바라며 향후 태도에도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한통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임금인상과 근로조건개선 등 노조 본연의 임무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통신시장개방과 민영화방침 등 사외문제다.
전자의 것은 정부도 제3자도 간여해서는 안되는 것이고 노사 쌍방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또 회사내에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와 타협으로 협의 해결할 문제다.
후자의 것은 노조가 회사에 요구해서는 안될 문제이며 회사가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다. 통신개방이나 민영화는 국가시책에 관한 것이다. 한통노조원들도 이 문제에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주장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그 의견주장과 권리행사는 다른 국민과 똑 같은 자격과 조건하에서 해야 한다. 국민적 관심사나 국가시책에 관한 문제의 민주주의적 해결원칙은 일인일표다. 노조가 우월적이고 독점적인 권리주장을 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다.
요구주장과정에서 저질러진 불법이 있다면 이 역시 노조가 깨끗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법이 없으면 자유 민주도 없다. 노조활동도 법의 보호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법질서를 부인하는 노조는 국가공권력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 스스로 법을 지킨 다음 법의 보호를 요구하는 게 민주주의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중의 하나는 원칙을 확고히 세우는 것이다. 파업으로 야기되는 일반전화 이동전화 PC통신 금융 행정전산망 육해공 안보전산망등 국가신경망의 전면적 마비는 치명적인 것이다. 국가안위와도 직결된 이런 파업을 노조원이기전에 국민인 한통노조원들이 감행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일의 경우라도 정부가 통신대란의 인질이 돼서 불법을 용인해서는 안된다. 원칙을 타협않는 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 통신대란은 복구될 수 있지만 원칙의 훼손은 만회할 수 없는 후유증을 남겨 두고두고 국가장래를 망친다.
차제에 권익쟁탈과 경제투쟁의 테두리를 벗어나 정치사회 투쟁으로 일탈하는 노동운동에 대해 확고한 원칙이 서야 한다. 어떤 희생이 있더라도 원칙을 꺾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통신대란에 대비한 치밀한 준비와 여론의 뒷받침이 있다면 두려울 것은 없다. 법과 원칙을 위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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