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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닮은 남편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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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닮은 남편은?(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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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좋아하는 남편을 가진 여자들이 남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감정은 너무나 달랐다. 한 아내는 술취한 남편에게 억제할 수 없는 분노와 증오를 느낀다고 말했고, 다른 아내는 흥미와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그들은 좀더 자세하게 얘기했다. 그들의 남편은 알코올중독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마실 때가 자주 있고, 가끔 주정과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괴롭히거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수입에 비해 술값을 너무 많이 쓰고, 술때문에 몸을 상한다는 것이 아내들의 공통된 걱정이었다.

그 남자들은 비슷한 수준의 애주가들이었으나, 아내들의 반응은 행복과 불행을 가를만큼 차이가 났다. 아내들은 얘기를 계속했고, 그 이유가 친정아버지에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한 여성은 술로 가산을 탕진하는 아버지를 미워하며 성장했고, 한 여성은 술·담배를 전혀 안하고 책만 읽는 학자인 아버지가 늘 숨막혔다고 고백했다.

아들들도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잔소리 심한 어머니를 지겨워하던 아들은 아내의 한두마디에도 화가 치솟고, 직장에 다니느라고 늘 집을 비우는 어머니가 야속했던 아들은 아내가 직업갖는 것을 무조건 반대할 수 있다. 음식솜씨가 뛰어난 어머니를 가진 아들은 아내에게 어머니 수준의 요리솜씨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식생활을 간단하게 하자』고 말할지도 모른다.

아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은 한 어머니는 며느리감을 찾는 과정에서 『그 아가씨는 엄마를 닮은 것 같아서 싫어요』라는 아들의 말에 자기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엄마 닮은게 왜 싫어?』라고 묻자 아들은 『엄마처럼 너무 잘해주는 여자는 부담스러워요. 나는 덤덤한 여자가 좋아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배우자가 자기부모의 좋은 점을 닮았거나, 부모에게서 채워지지 못했던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면 행복한 만남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나는 아버지닮은 남자가 좋아, 나는 엄마같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나는 절대로 아버지같은 남자와 결혼안할거야…라고 누구나 말해 본 경험이 있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결혼생활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무감각한채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많다.

부부는 가끔 상대에 대한 미움과 사랑의 근원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모든 부모는 자기자신이 자녀들에게 바람직한 배우자상을 심어주고 있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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