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한 시기 대규모 방문단 주목/대북관계 입장변화 여부도 관심파벨 그라초프러시아국방장관의 우리나라 첫 공식방문은 그 시기와 규모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조명되고 있다.
형식은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이병태 전국방장관의 초청에 대한 답방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한반도 정세의 미묘한 분위기와 고위관계자가 대거 포함된 방문단 규모로 미루어 두나라 군사현안과 동북아 정세가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90년 수교이후 우리나라에 약간 기우는듯한 러시아의 한반도 정책은 최근 김일성사망과 북·미 제네바 합의등으로 북한과의 균형정책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과의 수교를 통해 무기수출등 군사관계에서 상당한 반대급부를 원했으나 그수준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은 여전히 옛 소련의 무기체계를 갖고 있어 기존의 특수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북·미 핵협상 과정에서 역할과 기능이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점,그리고 동북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가 북한과 새로운 관계정립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가을 파노프외무차관의 방북과 김정일체제에 대한 빠른 승인, 옛 소련이 원조한 70개 공장의 재가동, 외채 41억달러의 지불연기, 미사일 연료와 MIG 23·29기의 부품공급등에서 러시아의 이같은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는 그라초프장관등 군수뇌부의 대거 방한을 통해 한국과의 관계개선에 따른 실익을 냉정히 따져 보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군사지원등 북한과의 관계회복을 내세우면서 우리측의 실질적인 협력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대규모 군축에 따른 군수산업 보호를 위해 무기수출을 국가 제1의 과제로 삼아 한국과 중국, 중동국가등을 잠재력 있는 무기수출시장으로 꼽고 있다. 그라초프장관등은 경협차관 1차상환 50%를 무기로 상환한데 이어 나머지도 같은 기준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질적인 무기구매 요구와 무기제조 기술이전등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그라초프 방한기간 두나라는 러·북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의 자동군사개입 조항의 폐지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측은 지난해 김영삼대통령 방러때 옐친대통령이 이 조항의 사문화를 약속했던 만큼 약속을 지킬 것을 강력히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러시아가 확답을 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그라초프방한을 계기로 러시아는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구성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구소련의 동북아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아태지역의 기반확보를 위해 다자안보 협의체 구성을 수차례 언급해 온바 있다. 이밖에 러시아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 러시아형 경수로 채택의사와 함께 러시아 나름의 정전체제 해결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손태규 기자>손태규>
◎그라초프 러 국방/옐친 핵심측근… 잇단 경질설속 건재
파벨 그라초프 러시아국방장관(47)은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있는 측근중의 측근이다.
부정부패,군개혁문제,체첸사태등과 관련, 꾸준히 경질설이 나돌았으나 옐친은 자신에대한 충성심을 높이 사 그를 계속 국방장관직에 중용해오고있다.
과감한 결단력과 기회포착에 능한 그라초프는 옐친과는 뗄라야 뗄수 없는 인연을 맺고 있다. 91년 구소련보수파가 기도했던 쿠데타때 공수사령관이었던 그는 옐친이 사수하던 러시아 최고소비예트(의회)건물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거부함으로써 일약 러시아공화국의 「개국 일등공신」이 되었다. 93년 러시아 보수파들이 역시 의회건물을 사수하며 옐친에 대항했을때 군의 정치개입을 꺼려했던 장성들을 설득,의회를 무력진압하는 「악역」을 담당하기도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연말 체첸침공시 1개공수대대만 투입하면 2시간내에 상황이 끝날 것이라는 허풍을 치기도 했으나 체첸 반군의 거센 저항에 큰 곤욕을 치르기도했다.
69년 리아잔 공수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라초프는 5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공수연대장으로 참전했으며 이 공로로 소련영웅 칭호를 받았다. 92년 4월 국방제1차관을 거쳐 5월 대장진급을 한뒤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정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비판에도 불구,그는 지난 5월9일 제2차대전승전기념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공으로 원수로 진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강이라는 말을 듣던 「붉은 군대」를 재정비해야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그는 현 정치권의 큰 이변이 없는한 최소한 옐친대통령의 임기까지는 현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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