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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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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가족(장명수 칼럼)

입력
1995.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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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창업자인 고 유일한박사의 여동생 유순한(83)씨가 최근 유한양행 주식 2만1천3백주(시가 11억여원)를 유한재단에 기증했다는 소식을 신문에서 읽으며 나는 부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유순한씨의 모습을 떠올렸다. 몇년전 나는 장기려박사를 인터뷰하러 부산의 청십자병원에 갔다가 장박사와 함께 일하는 유순한씨를 만났는데, 그 팔순의 의사와 간호사는 몰려오는 무료환자들속에서 땀흘리고 있었다.유씨가 부산으로 간것은 십여년전, 간호사 생활에서 은퇴한후 마땅한 봉사활동을 찾던 그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장박사를 돕기로 결심하고 서울을 떠났다. 서울대병원 서울위생병원 국립의료원등의 간호과장을 역임하고, 간호원의 최고영예인 국제적십자의 나이팅게일 기장을 받는등 한국간호학계를 이끌었던 그는 노년에도 쉬지않고 봉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간도 용정(간도 용정)에서 살던 어린시절 「백의의 천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부모의 반대에 부딪치자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던 오빠(유일한씨)가 보내준 30달러를 들고 두만강을 건너 평양기독병원 간호학교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는 한평생 오빠를 존경했고, 돈이 생기면 유한양행의 주식을 사서 모았으며, 그 주식의 일부를 사회단체에 기증하는등 자선활동에 써왔다. 이번에 남은 주식을 유한재단에 기증한 것은 간호학 공부를 후원해주던 오빠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표시다.

유순한씨의 주식기증으로 유한양행은 창업주와 그 가족의 지분이 전혀 없는 회사가 되었다. 창업자 유일한씨는 71년 세상을 떠날때 전재산을 유한재단에 기증하여 장학사업등을 하도록 했고, 딸에게 유한공고 구내의 대지 5천평을 주면서 동산으로 꾸며 학생들이 뛰놀게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아들에게는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자립해서 살라』는 당부를,손녀에게는 대학을 졸업할수있는 학비를 남겼을 뿐이었다. 딸 재라씨도 91년 세상을 떠나며「유한동산」등 2백억원대의 재산을 재단에 기증했다.

『기업은 나라와 민족의 것이다. 한평생 검소하게 살고 남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유일한씨의 뜻을 그 가족은 충실하게 따랐다. 한국최초의 제약회사를 설립하고 키워서 완전히 사회에 되돌린 유씨일가의 이야기는 많은 재벌과 그 가족들, 날로 적나라해지는 황금만능 풍조를 되돌아보게 한다. 돈의 노예로 살지 않고 돈의 주인으로 살았으며, 한결같이 「검소한 부자」였던 그들가족의 이야기는 버드나무 늘어선 강변처럼 아름답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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