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싸움에 회사개입 한계/정부서도 “공권력외 대안없다”현대자동차 사태가 점차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체해결을 기대하기 힘든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8일 분신한 해고 근로자 양봉수씨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치료비 지급등을 요구하며 회사측과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협상에 들어간 노사관계자들은 이번 사태의 발단 자체가 근로조건이나 임금등을 둘러싼 노사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식의 합의가 이루어진다해도 사실상 사태해결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기 힘들 것으로 보고있다.
노조측은 이에따라 사실상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반집행부 세력인 「분신대책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키로 방침을 세웠다. 노조측은 ▲대책위를 즉각 해산하고 노조에 협력할 것 ▲조업중단등 과격행위를 중단할 것 ▲선량한 조합원들을 더이상 선동하지 말것 ▲재야노동계와의 연결고리를 끊을 것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대해 분신대책위측도 회사와 노조 양측에 강도높은 요구조건을 내걸고 맞서고 있다. 우선 회사측에는 양씨의 치료비 부담과 복직은 물론 해고근로자 7명의 전원복직과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양씨가 분신전 회사경비원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 책임자 처벌및 회사측의 공개사과까지 요구하고 있다.
또 현 노조집행부에 대해서는 ▲양씨 분신이후의 미온적인 대처를 사과할 것과 ▲해고자의 조합원자격 인정 ▲정당한 조합활동 보장등을 요구했다.
문제는 이들 요구조건들이 통상적인 노사협상때와 같이 타협과 협상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노·노 갈등의 경우에는 구체적인 실리가 목적이라기 보다는 주도권을 쥐기위한 명분싸움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훨씬 해결의 실마리를 잡기가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더구나 분신대책위측의 요구조건은 정당하게 선출된 합법노조의 활동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어서 일체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노조측의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회사측은 일단 사태의 성격이 노·노 갈등이라는 점을 고려, 섣불리 개입하지 않은채 휴업조치로 분위기를 냉각시키면서 사태의 추이를 당분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업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워낙 커 조기해결이 어려울 경우에는 법적 조치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노동부도 사태의 성격상 노동쟁의가 아니기 때문에 적극 개입할 입장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는 노동관계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불법행위」임을 주지시키는 서한을 울산지방노동사무소를 통해 노조측에 전달했다.
결국 설득과 협상에 의한 해결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와관련, 대검 관계자는 『통상의 노사분규는 협상추이를 보아가면서 신중히 대응하는 것이 상례이나 이번 경우는 분신대책위측의 명백한 불법행위인데다 자체타결이 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 내린 상태』라고 밝혀 조속한 공권력 투입외에는 대안이 없음을 시사했다.<정재락·이희정 기자>정재락·이희정>
◎현대자 노·노갈등 이미 예견/현총련 등 재야측 현노조와 반목/「분신사건」으로 대결시기 당겨져
노동부와 재야를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현대자동차가 올해 노사분규의 양상을 가름하는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일찌감치 예측해 왔다. 다만 해직근로자 양봉수씨의 분신이라는 돌발변수로 인해 시기가 크게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보고있다.
노동계의 이같은 시각은 현총련을 주요축으로 하는 재야노동계가 지난해 「실리주의」를 표방, 무분규 기록을 세웠던 현대자동차노조의 노선이 유지될 경우 입지가 크게 약화돼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상황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와 재야노동계와의 갈등은 93년9월 초대노조위원장을 지냈던 이영복씨가 「합리적 노동운동」의 기치를 내걸고 5대노조위원장에 당선되면서부터 시작됐다. 현총련산하 17개 노조중 조합원 3만1천여명의 최대규모인 현대자동차노조가 「이단」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위원장체제의 현대자동차노조는 이후 현총련에 연맹월비납부를 중단했는가 하면 지난해 현대중공업 파업때도 관망끝에 가장 늦게 회사측과 협상에 들어가 동종업계에서 가장 높은 임금인상몫을 얻어내는등 쟁의없이 실리를 톡톡히 챙겼다.
이위원장은 또 전노조전임자들의 조합비횡령을 추적하고 지난 2월에는 『제3의 노총을 만들어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현총련은 물론 민주노총준비위(민노준)등 재야노동계에서는 「눈엣가시」인 이위원장체제타도가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위원장선거에서 이위원장이 재선돼 입지가 탄탄해질 경우 현총련의 위상추락은 물론 민노준등 재야노동권에 커다란 위협으로 등장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내 반노조세력인 「양봉수동지 분신대책위」가 회사측보다는 노조집행부비난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송용회 기자>송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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