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은 병석에 누운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 고베(신호)는 지진으로 초토화됐고 초엔고는 산업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김정일의 은밀한 핵무기 계획이 진행되며 짙은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남사군도를 둘러싼 중국등 주변국의 갈등이 첨예해 지고 있다. 홍콩은 97년 중국에 반환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노사불안이 점증한다.개별적으로 놓고 볼 때 동아시아의 문제들은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경제적 지뢰와 정치적 부비트랩들이 도처에 깔려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전망이 밝다. 동아시아의 경제는 경제둔화의 조짐은 눈 씻고 봐도 찾지 못할 정도로 풀가동된다. 그리고 지역을 한데 묶어 놓고 볼 때 이제 더이상 서방으로부터 본뜨지 않고 있는 거대한 성장국가군의 실체가 떠오른다. 94년 8%이상 기록한 경제성장률은 올해도 그다지 감소하지 않은채 지속될 전망이다.
호주 캔버라의 아태경제그룹과 타임이 공동주최, 지난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경제전망토론회에 참석한 학자 11명의 공통된 견해는 아시아의 경제가 장래에도 힘있게 성장할 것이며 빠른 통합과정을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불확실성과 도전은 남아있다. 거의 모든 아시아국들이 막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장기적 안목에서 정치적 위협이 상존한다. 두 거대인구국가인 중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예상되는 권력승계에 따른 정정불안은 투자자들을 위축시킬 것이며 경제도약의 구심이 되어온 일당 권위주의 정치체제는 양날을 가진 칼 같은 존재이다. 일당 권위주의와 관련, 한국의 한학자는 『어느 선까지는 효력을 보나 결국 부패의 만연등 그 성공을 담보로 한 희생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등 후발국가들의 학자들은 『정부의 정통성은 경제적 보장을 국민에게 가져오는 가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최근 아시아국가들은 분명 정치나 안보이슈보다 경제문제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다. 신중하면서도 국가의 단결을 저해하지않는 선에서 자유화를 추구해오며 경제 부흥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안보에 관한한 더이상 침범할 수 없는 국경선이 존재하지만 경제분야에선 국경선이 따로 없다』면서 아시아경제의 역동성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아시아 경제도 고민은 있다. 바로 엔고에 따라 비례적으로 커지는 대일부채의 상환부담이다. 일본의 제조업이 엔고로 인해 비용이 저렴한 인근 아시아국가로 이동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엔표시 차관의 상환부담이 늘어나는데 따른 역작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90억달러의 총외자도입액 40%가량이 대일부채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엔이 1% 평가절상되면 3억달러의 추가 상환부담요인이 발생할 정도다. 일본 차관이 많은 중국이 고심끝에 차관상환 조건을 재교섭하려 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엔고와 함께 아시아경제의 미래를 뒤덮는 먹구름은 중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기록중인 중국이 경기과열 조짐을 드러내고 있는데다 최고실권자인 등의 죽음이 향후 중국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세계의 불황과 천재지변에도 불구, 순탄한 성장을 거듭해온 아시아경제이지만 중국이 흔들리는데 따른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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