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접객업소의 심야영업 제한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규제를 풀 것인가.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심야영업관련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정부의 심야영업 제한조치 해제여부가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개정안의 골자는 현재 복지부장관의 권한으로 규정된 식품접객업소의 심야영업시간·행위 제한권을 시·도지사에게 이양한 것. 법안이 통과되면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규제가 상당부분 풀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심야영업제한조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것이어서 지난 5년간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돼 왔다.◎“지자제 실시로 제한권 시·도지사 이양”/복지부 개정안 입법예고로 다시 논란
「범죄와의 전쟁」중이던 90년1월1일자로 과소비풍조와 범죄증가, 유흥업소의 퇴폐변태영업을 막는다는 사회정책적 차원에서 시행된 심야영업 제한조치는 한편으로 국민의 커다란 지지를 받았다. 유흥업소로 향하던 가장들의 발길을 가정으로 돌려놓아 우선 주부들과 여성계의 호응이 컸다. 일하는 사회분위기의 조성, 국민의 건강 확보라는 면에서도 지지하는 목소리는 컸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않게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당장 영업제한을 받는 업소측은 생존권의 문제라며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이런 제한조치야말로 권위주의 시대 행정편의주의의 표본이며 현실적으로도 갖가지 양태의 변태심야영업이 기승을 부려 시민과 업주 모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내에서도 규제해제 여부에 대한 찬반론이 엇갈리고 있다. 지자제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발표된 법 개정안을 계기로 심야영업문제에 대한 토론의 장을 마련해 본다.
◎퇴폐적 향락문화 만연 사회적상황 나아진것 없는데 완전철폐는 아직 ◆찬성/유진희씨 소비자보호단체협 총무
식품접객업소에 대한 심야영업제한조치가 취해진 후 만 5년이 경과한 지금 행정규제완화 차원에서 이를 철폐해야 한다는 논의와 주장이 다시금 본격화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러한 주장은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겠으나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신중한 검토와 보완책을 만들 필요는 있겠으나 제도자체를 백지화한다는 것은 발상부터 곤란하다.
우선 심야영업 제한이라는 행정조치가 무슨 필요에 의해 내려졌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이 조치는 주거·교육공간을 막론한 전국의 향락지대화, 문화의 향락퇴폐화등 사회일탈현상의 만연으로 우리사회 전체가 혼돈과 비생산성으로 침몰해간다는 위기의식속에 적극적 해결책을 도모하기 위한 극단적 처방이었다. 물론 이것이 규제행정임에는 틀림없고 일정부분 이로인한 부작용 또한 피할 수 없었다고 본다. 모든 규제가 그렇듯이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써 부작용이 나타났는데 이를테면 심야영업의 음성화, 지하화, 탈법화가 뒤따랐고 이로 인해 파생된 또 다른 사회문제도 급속히 파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조치가 불가피했던 사회적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묵과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를 철폐한다는 것은 대안없는 후퇴행정이 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향락문화는 시대적 배경에 의해 급속히 전파되면서 상당부분 왜곡된 채 정착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곳곳에서 퇴폐적 향락문화가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고 주거지역이건, 학교지역이건간에 장사만 되면 네온사인이 춤을 춘다. 성인 청소년 주부의 구별없이 전 국민이 이러한 퇴폐문화에 노출되어 있으며 심지어 적잖은 미성년자가 탈선의 길을 걷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문제의 해결과 건전한 사회발전이 행정규제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성숙한 시민사회의 자율적 규제기능에 의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고 보겠다.
그런데도 행정규제완화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규제완화를 위한 조건충족이 안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향락업소가 주거지역이나 학교지역등 일반 시민생활공간에서 특정구역으로 일정부분 격리돼야 한다. 또한 관련제도를 시민사회가 자율적인 노력으로 철저히 준수하는 가치규범으로 정립하고 생활화해야 한다. 나아가 향략문화의 토양 내지 온상이 되는 정치 사회 경제적 원인을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고 건전한 시민생활문화를 육성해서 모든 친교문화가 퇴폐향락문화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러한 논의가 민주화과정의 일련의 행정규제완화라는 성과에 편승해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왜곡 이용돼서는 안된다. 논의의 관건은 행정규제가 민주적인지를 시비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본다. 민주화는 모든 행정규제를 푸는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지방자치시대가 열렸고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행정이 펼쳐지기를 전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기대를 안고 출발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주민)의 권리를 고려치 않고 일부 이해당사자의 이익을 두둔하거나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주민의 건전한 생활보장정책을 포기한다면 그간의 퇴폐향락문화를 진정시키고 건전한 사회기강을 만들어 가겠다는 취지는 물론 건전한 시민생활을 실종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바람직한 것은 행정규제보다는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향락문화의 통제와 조절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언급한 보완조건이 선행돼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우리가 그동안 퇴폐향락문화를 추방해 건전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행정규제에만 의존하고 시민사회의 몫을 태만히 해오지 않았는지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시민사회의 자율적 규제역할을 보다 적극화하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약력
▲대전·38세 ▲이화여대 사회학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간사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총무
◎범죄·과소비억제 편법에 불과/호텔만 특혜 위화감 조성/서민편의· ◆반대/허정교수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내년부터 우리들이 먹는 음식이나 병나면 쓰는 약품의 과학적인 관리를 위해 식품의약관리청(가칭)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때늦은 감이 있으나 환영할만한 일이라 여겨진다.
보건학을 공부해온 필자와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건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에 듣기싫은 고언을 한다면 종래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은 철학도 없고 원칙도 없이 보건외적 여건에 의해 좌우되어온 경우가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유흥음식업계의 숙원인 영업시간제한 철폐문제도 바로 이런 범주에 해당되는 과제이다. 정부는 90년1월부터 범죄와 과소비풍조를 억제하기 위해 밤12시이후의 유흥업소 영업시간을 제한하고있다.
이같은 결정은 흔히 설렁탕값이나 목욕탕요금이 오르면 위생검사를 강화해 값을 환원시켜 물가정책의 일환으로 보건사업이 이용되어온 경우와 흡사하다.
자정넘어 술을 파는 유흥업소의 보건관리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더 엄격하게 제한해야겠지만 「범죄와의 전쟁」이나 과소비억제를 위한 편법으로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국민건강과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보건정책의 기본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범죄가 늘어나면 그 예방을 위해 정면으로 대응하고 과소비풍조가 만연하면 이런 풍조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운동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자장면값이 오르면 위생검사를 강화하고, 범죄가 늘어난다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려는 발상은 어느모로 보나 합리적인 정책수단이 될 수 없다.
특히 행정규제를 최소한으로 완화시켜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보장해주고 일반서민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도 영업시간 제한는 해제해야 한다. 더욱이 관광호텔의 유흥음식업만 관광객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새벽2시까지 연장해준 94년2월의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물론 국가적인 차원에서 볼때 앞으로도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받아 들여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언제 어디서나 술도 마시고 식사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관광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려면 외국인들이 호텔보다는 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업소를 더많이 찾도록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호텔의 값비싼 유흥업소만 이용하도록 해서 돈을 벌자는 얘기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고 바가지만 쓴다는 뒷얘기만 남기기 쉬울 것이다.
관광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려면 서민들이 이용하는 보통 유흥업소의 질을 향상시켜 많이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호텔 유흥업소에 대한 특혜는 내국인 사이에서도 계층간 위화감만 불러일으키기 쉽다. 돈많은 사람들은 밤늦도록 호텔에서 술을 마시게 하면서 일반 유흥업소만 제한하는 현재의 제도는 부유층과 서민들을 차별화하는 것으로서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물론 심야영업을 허용하면 가장인 직장인들이 자주 밤새워가며 술을 마셔 귀가시간이 늦어질 것을 걱정하는 주부들도 있을 것이다. 이 얘기는 통행금지를 해제할 때도 똑같이 제기됐던 문제다. 당시에도 일부에서는 통행금지가 없어지면 도둑이 판쳐 치안유지가 어렵고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는 샐러리맨이 늘 것이라고 걱정하지 않았던가.
「구더기 무서워 장못담근다」는 옛말이 있다. 사치풍조가 늘어나고 과소비문제가 사회적으로 제기되면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민운동으로 해결해야지 유흥업소의 시간을 제한한다는 것은 확실히 본말이 뒤바뀐 느낌이 짙다. 범죄예방도 마찬가지다. 음식점이나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제한같은 편법으로 범죄를 원천적으로 예방할 수 없다. 정면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대다수 서민들의 불편을 덜어주고 영세유흥음식업소의 영업활동을 보장해 준다는 차원에서도 영업시간제한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약력
▲경기 용인·63세 ▲서울대 의대 ▲서울대 의학박사(보건학) ▲한국보건행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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