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이병규 정치2부차장/“신문영향력 미래에도 안변할것”/영상매체가 하기힘든 「정보의 심판관」 역할/뉴미디어시대 대비 온라인 통신망 등 추진17일 폐막된 제44차 국제언론인협회(IPI)서울총회장에서 만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편집인겸부사장 셸비 코피3세(53)씨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매체간의 언론경쟁에서 신문의 역할이 확고부당하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코피 편집인은 『신문이 신뢰성을 지니고 언론의 정도를 걸을 때 권력은 물론 광고주나 이익단체등 외부의 압력을 물리치고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자유의 확보여부가 궁극적으로는 신문자신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코피편집인은 워싱턴 포스트에서 17년 기자생활을 한뒤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월드 리포트의 부편집장을 거쳐 9년전부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편집인겸부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의 특성 때문인지 많은 한국인 친구를 갖고 있어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미국언론인이다.
―언론이 처한 환경은 세계 어디에서나 급변하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멀티미디어 언론시대에 있어 신문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멀티미디어시대에 있어 신문은 정보의 심판관(REFEREE)이나 신호자(SIGNAL CALLER)역할을 할것으로 본다. 즉, 무수히 쏟아지는 정보를 분석하고 독자들에게 사건의 중대성을 판단해 줄 수 있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결국 신문의 역할은 결코 감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인데. 이와 관련해 활발해져 가고 있는 TV등의 영상매체와 비교해 활자매체의 장래는 어떻게 될것으로 보는가.
『TV와 신문의 영향력싸움은 이미 결론이 났다. 50년대들어 TV가 등장하면서 언론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지만 신문은 여전히 영향력있는 언론매체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TV는 충격적이면서도 강력한 이미지 전달을 특성으로 하지만 사건의 분석과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데 있어서는 신문을 따르지 못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가 서부에 있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동부의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지와 함께 미국의 유력 일간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가 미국에서 최대의 영향력을 지닌 신문중 하나로 성공할 수 있게된 요인은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미국 현대사에서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한 로스앤젤레스를 지역적인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시가 대도시로 성장한 것과 궤를 같이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지도 전국적인 유력 일간지로 도약할 수 있었다. 동부지역에는 대도시가 밀집해 있지만 서부에는 로스앤젤레스이외에 대도시가 별로 없다는 점도 사세확장에 도움이 됐다. 신문은 결국 독자와 함께 성장한다.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발행인인 챈들러회장의 저돌적인 경영전략이다. 챈들러회장은 지난 60년대 당시 신문업계로선 획기적인 구상을 했다. 많은 지역에 소규모 보도본부를 설치, 지역중심의 신선한 뉴스를 개발해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켰다. 이와함께 신문제작 설비와 인력확충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 오늘을 일궈냈다』
―스스로 평가하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의 장점은.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지역및 세계의 뉴스를 조화롭게 특화시켜 독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로스앤젤레스라도 「오렌지 카운티」, 「샌퍼낸도 밸리」지역등에서는 이 지역주민을 위한 신문을 별도로 제작한다.
아울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뉴스의 보도에도 강하다. 세계 25개 국가에 취재본부를 설치, 어느신문보다 국제뉴스를 충실히 다루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세계의 창」이 되자는 게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모토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발행되는 일간신문만 40개가 넘지만 이들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경쟁 할 수 없는 것은 국제뉴스 보도에서 뒤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화와 국제화를 동시에 추구하면서 질높은 정보로 승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신문에 그날그날의 발행부수를 공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평균 발행부수는.
『평일날은 1백만부 안팎을 발행한다. 발행페이지수는 1백페이지 정도이다. 일요일은 발행부수가 1백50만부정도로 늘어나고 페이지수도 2백페이지에서 많으면 3백페이지 까지 간다』
―도래하는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신문은 이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경우는.
『우리는 이미 도래한 멀티미디어시대에 걸맞는 서비스를 독자에게 제공하고있다. 앞으로도 나름대로의 준비책을 마련할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타임스 링크(TIME`S LINK)」라는 온라인 정보통신망이다. 이를통해 독자들이 당일 뉴스는 물론 과거의 기사까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를위해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예를들어 미국의 한 독자가 일본의 옴진리교에 대해 알아보고 싶을 경우 타임스 링크를 통해 기사검색을 할수 있다. 타임스 링크 가입자는 2만명 가량이지만 가입자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신문은 제작과정에서 많은 외부압력을 받는다.언론자유가 신장되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으로부터의 압력보다는 광고주와 특정 이해집단으로부터의 압력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이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미국의 신문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신문도 광고주등 많은 이해집단으로부터 유형, 무형의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본다. 독자들에게 유익한 신문이냐, 아니냐는 사실상 여기서 결정된다고 봐야 한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우선 경제적으로 기반이 탄탄하다. 이는 바로 광고주의 압력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이와함께 문제가 있을때마다 우리들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추구하는 「신뢰성」과 「언론의 정도」를 광고주들이 수긍할 수 있도록 설득한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어려움이 많다.「인종의 용광로」라는 별칭답게 다민족사회인 로스앤젤레스지역에서 인종과 연관된 문제는 특히 조심스럽게 다뤄야할 사안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의 보도원칙은 언제나 갈등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해 보도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편집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기사에 대한 항의도 많이 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소당사자가 되기도 할터인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난 기사에 대해 사실상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항의를 받는다. 가급적 상대방을 이해시키려 노력한다. 기자들에게는 독자들 입장에서 정직하고 공정한 기사를 써달라고 주문하고 있다.그리고 기사를 게재하기전에 가능한 범위내에서 변호사의 사전검토를 거친다』
―한국방문은 처음인가. 한국에서 받은 인상은.
『한국방문은 처음이지만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특히 사회전반에 넘치는 활력과 미래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긍정적인 사고관은 밝은 장래를 점치게 해주었다. 한국 언론의 다이내믹한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다. 한국이 무수하게 다양한 언론매체를 갖고 있으며 언론사간의 발전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을수 있었다』
―차제에 한국언론에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한국언론은 투쟁을 통해 언론자유를 쟁취했다. 미국의 언론자유 역시 투쟁에 의해 얻어졌다. 언론자유는 얻는데도 그렇지만 지키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정리=이상원 기자>정리=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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