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환경의식 높아졌는데 오염주범/기업은 오히려 둔감/획기적 인식전환·투자 시급「지구의 날」(4월22일)을 기념, 지난 4월23일 한국일보사와 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남산 껴안기대회는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가해 환경보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입증했다. 이처럼 높아진 환경의식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국민의 88%가 경제성장을 유보하더라도 환경보전이 우선돼야 하며 값이 다소 비싸더라도 친환경 상품을 구입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소비자인 국민의 의식변화에 민감해야 될 기업은 환경문제에 오히려 둔감하다.
21세기에는 환경산업의 규모가 자동차나 반도체산업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대거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 발생의 주요 원인제공자인 기업들이 자신들의 환경문제 해결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모기업이 「에코2000」운동을 벌이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그룹차원의 환경종합관리체제를 구축한 이래 소수의 기업이 그 뒤를 쫓는 정도이며 국내굴지의 대기업에서는 아예 조직조차 없거나 두드러진 활동도 없다.
대기업들이 환경의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은 폐수나 폐기물과 같은 오염물질 배출량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총량규제가 아닌 농도에 의한 환경관리체제 하에서는 기준치 이내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더라도 주변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분기별로 발표되는 환경부의 위반업체 명단에는 어김없이 10대그룹 이름이 들어있는 현실에서 기업들의 획기적인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최근 외부적 요인의 변화로 기업들은 환경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소홀히 할 수 없다. 첫째 98년께 국제환경규격인 ISO―14000시리즈가 시행되고 내년에 우리가 가입할 OECD에서도 이러한 국제환경규격의 정책적인 도입방안을 적극 검토중에 있다. 둘째는 녹색소비주의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정부기관에 의한 행정규제는 효율성과 재정부담의 한계가 있으므로 국민의 높은 환경의식을 소비자 감시기능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지난 2월에 스웨덴 오슬로에서 이 원리의 제도적인 도입을 위한 국제회의가 개최될 정도로 빠르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
국제환경규격에 의해 기업과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친환경성 여부의 정보가 공개되고 이를 근거로 한 소비자들의 구매선택이 결정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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