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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의 아픔·고뇌 인간사의 문제로 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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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광주의 아픔·고뇌 인간사의 문제로 승화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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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 새소설 「슬픔의 노래」출간광주문제를 장인하라는 인간을 통해 해부, 광주를 다룬 일련의 작품계보에서 한 전기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은 「완전한 영혼」의 작가 정찬(42)씨가 「현대문학」 5월호에 중편 「슬픔의 노래」를 발표했다. 그는 인간, 권력, 욕망, 말등의 사변적 주제를 화두로 그 내밀한 의미를 새롭게 성찰하거나, 그것들의 관계를 진지하게 탐구해 왔다. 고문이라는 반인간적 행위를 매개로 권력과 인간의 문제를 다룬 「얼음의 집」, 성공한 회사간부와 정신병환자와의 대비를 통해 문명사회의 병리를 꼬집은 「별들의 냄새」등은 그런 작업의 소산이다.

외형상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강한 관심이 드러나는 그의 작품은 우리사회를 이루는 단자들에 대한 철학적 해석으로 무겁게 속이 채워져 있다. 「슬픔의 노래」는 개성있는 그 작법의 연장선상에서 광주의 아픔을 보편적 인간사의 문제로 승화시켜 바라보게 한다.

폴란드 남부 슐레지엔지방의 카토비체라는 도시. 그곳으로 세계적 음악가 헨릭 구레츠키를 인터뷰하기 위해 떠난 화자는 그를 통해 고난으로 점철된 폴란드의 역사, 가까이는 아우슈비츠라는 인류의 참혹한 비극과 만난다.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로 유명한 음악가는 작품 속에서 『깊고 깊은 슬픔의 강이 인간의 역사를 가로지르고 있다』며 『예술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 빛은 슬픔의 강 너머에 있다. …그 슬픔의 강을 어떻게 건너는가』고 묻고 있다. 작가는 인터뷰 도정에서 만난 박운형이라는 연극배우를 통해 그 답을 제시한다. 광주현장에서 가해자였던 박은 작가들이 죽은 자들의 흘린 피, 살아 남은 자의 고뇌, 가해자의 죄의식…등으로 써온 광주의 모습이 내밀한 진실을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일목요연한 방법이 아니냐고 묻는다. 그리고 슬픔의 강을 건너는 진정한 방법은 「스스로 강이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혼과 생명의 몸짓을 만들어내기 위해 폴란드의 세계적 연극배우 그로토프스키의 「가난한 연극」을 좇는 것도 그 한 방법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역사의 피흘림을 통해 불완전한 인간존재를 탐구하면서 우리를 둘러싼 삶의 여러 상황 속에서 광주를 자리매김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고를 거쳐 78년 서울대 사대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광주체험이 없으면서도 광주문제에 천착하는 것은 인간과 진실에 대한 관심때문이다. 88년 문단에 나왔으며 「기억의 강」(현암사간) 「완전한 영혼」(문학과지성사간)등의 작품집을 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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