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근로자 분신자살 기도 사건으로 촉발된 현대자동차의 전면적 생산중단 사태는 대다수 국민을 실망시키는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다. 사태의 시말을 가리고 시시비비를 따지기 전에 먼저 실망감부터 앞서는 것은 두가지 이유 때문이다.온건하고 합리적인 노조로서 향후 노사문제 해결에 귀감을 보여주었던 현대자동차가 미처 그 전통의 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상태에서 흔들리게 됐다는 점, 반도체와 함께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가장 유망한 전략산업이 호황기에 생각지도 않은 장애물을 만나게 됐다는 점이다.
경제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마의 분수령이라는 노사분규의 장벽을 무사히 넘길 수 있는 해법은 국민적 기대였고 현대자동차노조는 그 해법의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또 선진국들이 틈을 보이고 후발개도국들이 아직 못 따라오는 몇 안되는 전략적 비교우위부문으로서 반도체와 함께 자동차가 모아온 국민적 기대도 실로 큰 것이었다.
이번 사태는 이 두가지 국민적 기대를 한꺼번에 깨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노와 사는 노고 사이기 전에 먼저 국민이라는 입장에서 이같은 국민적 기대를 함께 헤아릴 줄 아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현대가 하루에 생산하는 4천9백대중 5공장의 버스와 특장차 2백대를 제외한 4천7백대(96.5%)의 생산이 끊기고 2만7천여 생산직 직원중 1만6천5백여명이 작업현장을 이탈, 「노조 반대세력의 작업거부로 인한 생산중단」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번 사태는 국민적 실망감과 함께 여론의 지지와 동정을 받기 어렵게 돼있는데다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합법적인 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양봉수 분신대책위가 사태를 주도함으로써 또 하나의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있다.
불법적 집단행동과 함께 노로분규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현총련 민주노총등 사외 배후세력들과의 연계 조짐도 부인하기 어려워 상황이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돼 나가고 있는 점이 특히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작업거부를 주도하고 있는 분신대책위를 해체하고 노조 집행부에 사태해결을 위임하라고 대책위측에 요구했는데 현재로서는 이것이 유일한 사태수습책이라고 생각된다. 대책위가 내세우고 있는 해고자 복직, 분신관련 책임자 처벌, 작업거부사태로 유발된 민형사상 책임면제등 요구사항도 노조를 통해 협의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이번 사태가 결국 사직 당국이 불법집단행동을 사법처리할 수밖에 없는 쪽으로 발전돼 일파만파로 파급영향을 몰고오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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