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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의 병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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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회의 병태(사설)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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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사건은 16일 옴진리교의 아사하라 쇼코(마원창황)교주를 비롯한 주요 간부들이 이 사건과 관련, 살인혐의등으로 체포됨으로써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거의 두달간 일본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었던 이번 사건은 옴진리교의 소행으로 밝혀졌지만 일본의 한 신흥종교단에 의한 하나의 망동으로 제쳐두기에는 너무나 큰 충격과 교훈을 남겼다.그동안 드러난 옴진리교의 내막과 실태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외에는 표현할 수가 없다. 이들이 저지른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등이 독가스를 이용한 「슈퍼테러」란 점도 그러했지만 이들의 조직등도 모두 그러하다.

조직부터가 일본정부조직과 같은 방위청 과학기술청으로 부르는등 국가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이 해온 일도 이름에 걸맞기만 했다. 사린독가스 제조는 물론 40종의 화학물질 보유, 폭발물과 자동소총의 제조 및 저장, 세균연구에 핵무기 구입까지 시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바 있다. 이들의 행태는 종교활동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일본정부와 전쟁을 하려 하지 않았나 하는 끔찍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일은 반국가적이자 반사회적인 단체를 이끌어온 간부들이 모두 명문대학출신의 엘리트란 사실이다. 이것이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는 광신도집단과 다른 점이다. 이들이 「아마겟돈」(인류최후의 전쟁)후 천년왕국을 이룬다는 아사하라교주의 상식밖의 신비주의와 초능력을 믿고 정부를 부인하는 독가스테러와 납치 감금등 갖가지 범죄행위를 저질러 왔다는 것은 일본사회의 병태를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일본은 패전후 지난 50년동안 경제발전위주의 정책을 펴왔다. 윤리나 도덕은 황금만능주의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도 입시와 출세위주가 됐다. 이것은 자연히 인간성 상실등으로 연결됐고, 이러한 부채가 옴진리교란 형태로 사회에 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으로 우리도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사항이다.

더욱이 지난 90년 냉전체제가 무너진후 젊은이들은 이념을 상실하고 풍요로움 속에서 긴장감을 잃고 헤매고 있다. 무력감에 빠진 젊은이들이 사회의 독버섯이라고 할 사이비 신흥종교의 신비주의등에 빠져 그 속에서 안정감을 찾으려는 흐름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도 그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이번 사건의 의미를 곰곰 되씹을 필요가 있다.

세기말 현상의 하나로 볼 것은 없지만 세계엔 지금 종족학살, 도쿄독가스테러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러한 사건은 항상 자극이 없거나 사회가 불안정하고 도덕이 문란할 때 발생한다는 점을 유의해야만 한다. 지금은 새로운 세기를 앞둔 전환기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의 사회현상을 거울삼아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가다듬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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