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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우리것의 품격/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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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와 우리것의 품격/유장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특별기고)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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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디자인 집중투자 「고유상품」 만들어야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양질의 노동력과 정부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다. 수출을 시작한지 불과 30여년만에 1인당 국민총생산을 1백달러미만에서 1만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린 원동력은 다름아닌 땀과 노력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5∼6년내에 1인당 GNP 1만5천달러를 달성하려면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우리의 사회환경은 통제에서 자율로, 보호에서 경쟁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체질을 바꾸고 사회풍토를 개선하지 않고는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의 수출은 고유가치가 없는 상품을 모방생산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부가가치가 높은 독창적이고 우수한 상품을 개발하지 않으면 세계시장에 뒤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는 「제품」을 파는 시대에서 「상품」을 파는 시대를 거쳐 「고유가치」를 파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세계 각국은 앞선기술로 개방된 시장에서 우위를 지키고자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기술개발에 못지않게 상품의 품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산업디자인에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이는 투자비용에 비해 그 효과가 크고 또 두뇌집약산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유리한 분야이다.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디자인혁명을 통한 신상품 개발이 국제시장에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부는 수출 전략차원에서, 기업들은 경영전략 차원에서 산업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아 왔으며, 중진국과 개도국에서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맹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산업생산 시설의 팽창의 결과로 세계가 인구증가―자원고갈―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자 각국은 지구환경보전과 환경개발에 대한 시대추세에 따라 환경디자인에도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디자인의 현실은 어떠한가.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국제기능올림픽을 수차례 제패할 만큼 기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각종 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제품의 품질수준은 경쟁국들과 비슷하지만 산업디자인은 하위권으로 나타나 한국제품의 경쟁력이 매우 열악한 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구미의 선진국들도 그들의 산업디자인을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수단으로 정립하게 된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30년전 서유럽 국가나 일본에서는 「엔지니어링」과 「마케팅」개념이 산업디자인에 추가되면서부터 디자이너들이 산업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고 한낱 그림 그리는 기능인에 그치게 되는 등 여기저기서 문제점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그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시장·가치·창안의 개념을 결합해서 교육하는 특수교육기관을 신설하였다. 이미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기존대학의 제도와 학습방법, 그리고 교과과정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창의적인 교육방식으로 경쟁력의 지름길인 제품의 품격을 높이는 토대로 삼은 것이다. 「우리도 이 시점에서 선진국의 경험을 귀감으로 하여 시행착오를 줄이고 산업디자인 개발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세계화는 총체적, 능동적, 개혁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총체적」이라는 것은 세계화를 몇개부문만을 골라 상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치·사회·문화·예술 모든 부문에 걸쳐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능동적」이라는 것은 외부의 압력 때문에 떠밀려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생존과 변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적」이라는 것은 추진의 강도차원에서 우리 내부의 고질적 모순을 일소할 수 있도록 강력히 그리고 신속히 추진해야겠다는 것이다.

우리상품이 세계시장에 나갈때 앞으로는 우리의 물질문화 뿐만아니라 우리 특유의 정신문화도 담겨져 나가야 우리것의 품격이 높아질 것이며 산업디자인의 적극적인 개발은 이런 의미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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