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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국항로」 곳곳 걸림돌(중국리포트: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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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부국항로」 곳곳 걸림돌(중국리포트:4­1)

입력
1995.05.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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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인구·만연된 부패·커진 빈부차/심각한 지역이기주의·등사후정국 위험요소로/“경제발전 이루면 자연스레 해소” 일부 낙관론도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세계사적인 실험을 하고 있는 중국이 이 실험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너무도 많다.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극복해야할 최우선 과제로 인구문제부터 든다. 인구학자들은 중국인구의 적정선이 4억∼5억정도 라고 말한다. 일가구 일자녀로 엄격한 산아제한이 실시되고 있지만 적정선이 되는데는 몇세대가 걸려야 한다. 그안에 중국의 실험은 참담한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 베이징(북경)에서 만난 한 중국 고위인사는 『아무리 경제성장을 해 보았자 12억명이 나눠 먹으면 남는게 없다』고 말했다.

도농간·빈부간 격차 역시 큰 문제이다.

내륙지방의 농촌과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중심지역은 한 나라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생활수준의 차이가 엄청나다. 어지간한 농민의 한달 수입이 도시부유층의 한끼 식사비용이 채 안된다.

중국정부는 8억 인구를 차지하는 「활화산 농민들」이 품고 있는 잠재적인 폭발 가능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중국 역대왕조가 농업정책의 실패로 유민에 의해 멸망했던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정부는 최근 농지를 떠난 수많은 유민들이 베이징(북경), 광저우(광주)등 대도시 주위를 맴돌고 있는 현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지를 놓고 고심중이다.

이와 함께 만연한 부정부패와 관리들의 무사안일및 국영기업의 비능률을 해소하는 것도 중국이 향후 해결해야 할 주요과제들이다. 최근 베이징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부패캠페인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부정부패가 정권차원에 까지 뿌리내려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이 개방이후 직면하고 있는 또 다른 심각한 장애물은 지역이기주의의 팽창이다. 중앙정부는 개방 추세속에서 지방의 기업들에게 경영권을 다수 넘겨주면서 경제 분권화정책을 점차 확대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방에 대한 통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고 지역간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갈등은 마침내「중앙에 정책이 있으면 지방에는 대책이 있다」(상유정책,하유대책)라는 식의 중앙 대 지방의 감정적인 대립으로까지 증폭됐다. 여기에다가 연안과 내륙지역의 불균형한 경제발전정책은 지역적인 경쟁의식을 더욱 심화시켰다.

특히 상하이(상해)출신을 중심으로 한 상하이방과 중앙관료출신이 주축이 된 베이징방 및 남부 광둥(광동)방 등의 대립은 중국의 권력투쟁이 출신지역을 배경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같은 문제들은 덩샤오핑(등소평)사후의 불안정한 정국기류를 고려할 때 자칫 국가를 분열시킬 수도 있는 시한폭탄같은 위험요소로 까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내재된 위험요인들을 인정하면서도 중국 사회가 유지해온 보수적 정치문화, 문혁을 겪은 국민들의 혼란에 대한 불안감, 공산당과 사회주의를 대체할 대안과 이를 이끌 주요세력의 부재, 개혁·개방의 대세를 역류할 수는 없다는 공생의식,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한족의 민족 정체성등이 사회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진단을 하기도 한다.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사회법률제도 정비와 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를 중심으로 한 권력의 탈인격화작업등이 중국실험의 순항을 담보해 주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호라는 세계최대의 선박이 거친 실험을 거쳐 목적지에 무사히 닿을수 있을지, 중간에 난파를 당할지, 아니면 항해를 중단하고 내일을 기약할지에 대해서는 중국인들 조차 견해가 다양하다.

상하이에서 만난 한 인사는 『중국이 근본적인 체제개혁을 하지 않는 한 경제발전은 한계를 지닐 수 밖에 없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반면 베이징의 한 경제전문가는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 자연스럽게 사회현상이 변할 것』이라며 『중국의 불균형 성장정책은 과도기적인 것』이라고 중국호의 장래를 주저없이 낙관했다.<베이징=장학만 기자>

◎외래문화·과소비병 중국 대륙 위협한다/가라오케·골프장 등 도농깊숙히 확산/값비싼 외제향수·의류까지 흥청망청

중국의 개방 도시들을 가 보면 「중국땅은 외제품의 거대한 시장」이라는 말을 실감케 된다.

한국땅에는 누룽지에서 인삼까지 값싼 중국산 소비재가 홍수처럼 수입·유통돼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개방이후의 중국대륙은 오히려 세계각국 유명브랜드의 전시장처럼 돼버린 느낌이다.

외제상품뿐만이 아니다. 도시농촌을 가릴 것없이 줄지어 들어서고 있는 가라오케부터 외국인이 직접 설계·시공한 골프장에 이르기까지 외래문물의 상륙이 중국을 흔들어 놓고 있다.

광저우(광주)를 비롯 선천 샤먼(하문)등 개방으로 발전한 도시의 중심가 풍경을 보노라면 중국인의 입은 맥당로(맥도날드 햄버거)와 긍덕기(켄터기 프라이드 치킨)에, 눈은 일제 히다치(일립) 컬러텔레비전에, 귀는 모토로라 따거따(대가대·핸드폰)에, 발은 혼다(본전)와 도요타(풍전)에 맞추어져 가는게 아닌가 할 정도다. 북한에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고 화제가 된 코카콜라가 이미 중국에서는 전통차만큼이나 흔한 음료다.

지난 2월 중국 전역의 3천4백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여론조사에서 중국인들이 친숙한 상표 10개중 일본상표가 6개, 미국상표가 3개였고 중국상표로는 칭다오(청도)맥주가 유일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중국현대화의 기관차라고 부르기 좋아하는 광저우 중심가 중산5로의 광저우 우의상점. 당초 외국인 전용상가였다가 일반시민이 이용하는 최고급 백화점으로 변한 이곳에는 한국에서도 보도 듣도 못한 외국브랜드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중 프랑소와 마로, 랑콩 등 프랑스제를 주종으로 여자화장품을 취급하는 1층에서는 1천5백∼3천8백위안(원)(한화15만∼38만원상당)이나 하는 향수가 적잖게 팔려나가고 3층 의류매장에서는 중국농민 한달평균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2백위안짜리 베시직 기어라는 상표 양말이 하루 수십켤레씩 나간다. 지난해 2월 이곳에 상점을 연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점원 류환리(24)양은 『광저우 사람들을 비롯 베이징(북경)과 상하이(상해)에서 온 20대 중반에서 40대까지가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지난92년 매출액 4억6천만위안을 기록한 이 백화점은 93년에는 7억8천만위안의 매출액을 올려 69.5%라는 엄청난 신장률을 기록했다.

「온포(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정도)에서 소강(아쉬운대로 조금 여유있는 정도)으로」라고 천명된 중국정부의 국민생활 발전전략을 훨씬 벗어난듯한 이같은 외제선호·과소비를 즐기는 중국인들은 대략 6천만∼1억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억원호(억만장자)까지 수두룩하게 나왔다는 개체호(자영업자)들과 부동산 벼락부자, 벤츠를 우습게 타는 일부 부패관리들이 그 주역들이다.

중국은 그러나 이같은 풍조에 대해 『외제브랜드 상품의 중국국내생산으로 국민소비생활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개방과 「공희발재(돈 벌기를 빈다는 뜻)」를 천명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장경제의 궤도화가 지상의 목표라는 것이다.

광둥(광동)성 계획위원회 외사법규처의 창민(상민)부처장은 광저우의 과소비와 외제선호풍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사회보장혜택이 많은 나라다. 주민들은 수입은 적지만 기본생활이 보장되기때문에 수입의 대부분을 개인소비품을 사는데 쓴다. 아직 (한국처럼) 외국여행할 수준은 아니지만 우리의 최종목적은 공공의 부유한 생활이다』<광저우=하종오 기자>

◇중국 기동취재반

이병규 (정치2부차장)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하종오 (사회2부기자)

김병찬 (문화1부기자)

김삼우 (체육부기자)

이동국 (정치1부 기자)

김병주 (경제2부기자)

김 혁 (전국부기자)

장학만 (사회1부기자)

김건수 (사진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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