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때 입문… 유일한 한국인 「부수석」/21년만의 고국헤어쇼 박수받고 눈물헤어 디자이너 김영희(37)씨는 지난 10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있었던 비달사순 헤어쇼 도중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세계적인 헤어 디자이너 비달 사순 스타일리스트팀의 일원으로 세계를 돌며 숱한 무대에 섰던 그지만 21년만에 찾은 고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받자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인 74년 어머니와 네언니를 따라 미국 이민을 떠났다. 기술자였던 아버지가 월남전에서 사망하고 난 이후 생활고에 지쳐 도망치듯 떠난 이민길이었다. 하지만 막내인 그는 타고난 명랑함으로 금세 미국 생활에 적응했다. 가위를 처음 잡은 것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중국인 친구를 따라 미용학교에 가보고 단지 「너무나 재미있을 것 같아」미용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공부를 했으면 하는 어머니를 설득해 자격증을 따고 바로 미장원에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의자 닦는 「시다」일부터 시작했지만 하나도 힘든 줄 몰랐다. 파김치가 되어 집에 가서도 밤 12시까지 머리를 자른 악바리 근성 덕에 그는 2년 수습 과정을 6개월만에 마칠 수 있었다.
그는 현재 비달 사순 뉴욕 살롱의 아트 디렉터로 부수석 헤어디자이너이다. 지난 85년 미용업계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비달 사순 컴퍼니에 입사해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30여개의 시험을 거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한번도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이번 컬렉션으로 우리나라에서 헤어 쇼를 해보고 싶다는 오랜 꿈을 마침내 이룬 셈』이라며 큰소리로 웃었다. 14일 뉴욕으로 돌아갔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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