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50주년을 맞은 감동이 없다. 광복절을 꼭 3개월 앞두고 있는데도 어디에서도 나라를 되찾은 감격이나 환희의 무드를 찾아보기 어렵다. 각종 사고속에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만이 우리를 휘어잡고 있을 뿐이다.오히려 일본에선 우익단체와 여야당의 많은 의원들이 「태평양전쟁은 아시아해방전쟁」이라며 이른바 「아시아공생의 제전」을 준비하는등 망동을 서슴지않고있다. 나라 잃었던 역사가 뒷전에서 가슴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정부는 94년 3월 「광복50주년기념사업위원회와 실무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3월 중앙 1백30개 지방 1백78개의 기념사업을 확정했다. 물결치는 동해에서 백두산으로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을 담은 공식휘장을 정하는등 외형의 틀은 마련했다.
광복50년을 기념하는 것은 나라 잃은 역사를 되새기고 앞으로의 알찬 역사를 다짐한다는 점에서 유다른 의미가 있다. 더욱이 지금은 21세기를 1천7백일정도 앞둔 전환기로 새로운 세기와 통일에 대비할 때다. 이를 위해 광복50년축제를 민족의 축제로 승화시켜 민족의 역량을 모을 만도하다. 그런데 그동안의 움직임이나 준비된 행사내용은 이와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공식휘장조차도 주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3백8개에 달하는 기념사업이란것도 각단체들이 저마다 일상적인 행사로 준비해온 것을 모아 그앞에「광복50년기념사업」이란 레테르를 갖다붙인 것이 너무도 많다. 현재까지 치러진 행사로는 3·1절에 거행된 구총독부건물 철거선포식 정도가 고작이다. 그동안 애국선열의 유업을 기리는 기념 및 추모행사가 자그마치 23개나 거행됐지만 행사자체로 그쳤다.
남은 기념행사도 5만여명이 참가해 세종로 광화문에서 열릴 중앙경축식과 구총독부 중앙돔철거, 광복길놀이등 외에는 눈길을 끄는 것이 드물다. 구총독부건물철거에 광복50주년 기념사업의 비중을 너무 두지않았나 생각된다.
일제잔재의 청산만이 광복50년의 뜻인것은 아니다. 지난 반세기는 우리국민이 피와 땀으로 새나라를 일군 역사이기도 하다. 파괴의 제전이 축제의 모두 일수 없다. 건설로 민족의 정기를 북돋우고 국민의 의기를 고양시키기도 해야한다. 자랑스러운 건국사를 상징할 기념비적 건조물하나 세울줄 모르는 국민이어서는 부끄럽다. 그리고 민족문화의 정화를 집대성하여 경축할 대형공연물이나 이벤트하나 제대로 기획된것이 없다. 또한 전국에서 온국민이 지난50년의 빛나는 성과를 자축할 커다란 환호의 광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늦었더라도 광복 50주년기념행사를 다시 다듬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