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경위·소감/이영덕 심사위원장/“참 스승의 건재 알리는 계기로”민족의 내일은 교육의 성패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여건은 인재를 가꾸는 교육적 성과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입니다.
올해 열네번째를 맞은 한국교육자대상은 이 땅의 40만 교육자 가운데 가르침의 큰 뜻을 보여주신 헌신과 봉사의 스승을 찾아내어 참다운 스승의 건재함을 사회에 알리고, 교육자를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한국 최고 권위의 교육상입니다. 후보자로 추천된 분은 초등 35명, 중등 39명등 모두 74명이었습니다. 이분들은 각 시·도 교육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사립중·고교교장회및 한국일보 독자등의 추천을 받아 지역별로 엄격한 1차심사를 거쳤습니다. 교육행정가, 교원단체대표, 사립학교대표, 교수등 심사위원 9명은 지난 3월 24일 심사기준을 토론, 확인하고 3월27일부터 한달여동안 자료를 돌려보면서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5월2일에는 그 결과에 따라 개개인의 공적사항을 재확인하면서 수상후보자 30명을 정했습니다. 이들가운데 대상후보자 4명을 골라 한국일보 기자의 현지 실사를 거쳐 5월9일 최종적으로 대상수상자 2명과 스승의 상 수상자 28명을 선정했습니다. 심사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추천받은 분들이 한결같이 훌륭한 스승님들인데다 서류심사에서 만에 하나 오류를 범해 본상의 권위와 전통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수상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동시에 탈락한 스승님들에게는 송구스런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 남은 교직생활을 더욱 보람있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심사위원(무순) ▲서정헌(교육부 교육정책실장) ▲윤형원(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엄규백(대한사립중고교장회장) ▲정희천(한국관광공사감사) ▲이재선(서강대교수) ▲문용인(서울대사대교수) ▲김수남(소년한국일보사장) ▲정달영(한국일보사 상무이사겸 심의실장)<청소년 대화의 광장 이사장·전 국무총리>청소년>
◎초등부/서울대사대부속국교 교장 김병열씨/“문제아는 없다” 인성교육의 기수/예절교본 등 100종 집필 … 교육용구도 만들어
한국교육자대상 초등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서울대사대부속국교 김병렬(김병렬·62)교장의 집무실은 여느 교장실과 다르다. 창문쪽을 빼고는 모두 빽빽하게 책으로 둘러싸여 마치 도서관서고에 들어와 있는 착각을 느끼게 한다.
올해로 교직생활 41년을 맞은 그는 방안 가득한 책내음속에서 늘 공부하고 연구하는 교육자다.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하고 줄잡아 1백여종이나 되는 교육서적을 직접 펴냈다. 「귀여운 우리자녀 바르고 굳세게」라는 인성지도 자료집과 「기본 예절생활 지도」라는 어린이 예절교본도 손수 집필했다.
특히 「문제아는 없다」 「자녀교육 백문백답」등 학부모용 교육도서와 교훈적인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 쓴 「어린이 주제별 훈화집」6권은 이미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베스트셀러가 된지 오래다.
책뿐만이 아니다. 「콘센트 겸용 플러그」 「윗몸 일으키기 자동측정기」 「자동 천칭」등의 교육용기구도 개발, 실제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데 활용하는등 교육에 관한 열정이 남다르다.
교직생활 틈틈이 고려대교육대학원과 경영대학원까지 마칠 만큼 학구적이다. 『늦은 나이에 대학원 공부를 결심했느냐』는 질문에 『어린이들을 좀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몇해전 부터 우리사회에서 부쩍 강조돼 온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김교장이 이미 오래전부터 지녀 온 신념이다. 그는 『사람의 성공은 능력이 20%, 인간성이 80%를 차지한다는 미국 카네기 재단의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며 『올바른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 바로 나라의 인재를 길러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어버이 날은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생신일에 어린이 스스로 꽃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 드리고 고마움의 편지를 쓰게 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두해전에는 전교생과 교사들의 동의를 얻어 교훈까지 「바르고 굳센 어린이가 되자」로 바꿨다.
인성교육에는 무엇보다 부모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보고 매월 한차례씩 「교내 가족교실」행사를 정례화,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시간을 갖게 하고 있다. 김교장은 특히 아무리 바빠도 여성잡지의 원고청탁은 웬만해서 외면하지 않는다. 어머니들이 인성교육, 자녀교육에 관한 자신의 글을 읽고서 도움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다.
중학입시때문에 입시교육에만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초임교사시절을 아쉬움으로 기억하고 있는 김교장은 『그 때문에 최근의 패륜사건을 접할 때마다 모두 내 잘못인 것 처럼 느껴진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요즘의 어린이들은 제 앞가림은 잘 하는 것 같은 데 인내심이 약하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도 모자란다』며 『후배 교사들이 어린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는데 더욱 힘쓰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국교육자대상 제14회 대상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축하인사에 김교장은 『과연 대상을 받을 만큼 참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는지 모르겠다』며 『송구스럽다』는 말을 몇번이나 되풀이 했다.
그는 『꿋꿋하게 교단을 지키고 있는 주위의 참 스승들과 함께 상을 나눠 가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최성욱 기자>최성욱>
◎중등부/부산 배화학교 주임교사 박병재씨/청각 장애인의 대부로 34년 외길/수화방식 전국표준화 … 각종 교재개발 앞장
제14회 한국교육자대상 중등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부산 배화학교 주임교사 박병재(63)씨는 「한국의 설리번」 「청각장애인의 대부」로 불린다. 군복무중 청각을 잃은 박교사는 실의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 장애아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외길인생을 걸어왔다.
장애아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겪고 있는 장애의 고통이 뼈저려 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눌 수 있었다. 장애교육을 시작한지 34년이 지난 지금도 박교사는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보낸다. 61년 청각장애아 특수학교인 배화학교와 인연을 맺은 그에게는 필생의 과제가 있다. 듣지 못하는 학생들과 일반인과의 의사소통방식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당시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었다. 주위에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무모한 도전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먼저 정상인과의 대화를 위해서는 장애아들의 언어능력을 먼저 깨우쳐 주는 일이 필요했다. 그러나 변변한 교본하나 없었고, 있어도 정상인을 기준으로 한 것이 태반이어서 장애아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87년 청각장애아를 위한 부독본과 국어교과서를 새로 쓰는 일에 착수했다. 2년동안 심혈을 기울인끝에 부독본 8권을 완성했으며 각종 교재개발과 사전편찬작업에도 몰두했다. 90년에는 당시 문교부가 위촉한 특수학교 1종도서 연구팀의 수석연구위원으로 사상최초의 청각장애인용 국정교과서 발간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박교사의 수많은 업적중 가장 두드러지고 값진 일로는 그때까지 주먹구구식이었던 수화방식의 전국표준화를 꼽을 수 있다.
수화로 표현이 가능한 어휘 5천5백여개를 새로 만들었고 91년에는 한글식 표준 수화사전 편찬위원으로 지방마다 다르게 쓰던 수화를 통일시켰다. 이때부터 반신반의하던 교사들도 『박선생이 없었다면 장애아에 대한 올바른 언어교육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성원을 보냈다. 교내 곳곳에는 장애학생을 위해 박교사가 손수 만든 각종 교구가 늘어갔다.
부산농아학교이던 학교이름도 배화학교로 바꾸고 교가의 노랫말도 작사했다. 썰렁했던 학교식당 한켠에는 박교사가 쓴 감사의 1일기도문이 걸렸다. 가장 중요한 하루 일과는 매일아침 학생들에게 버스표를 파는 일이다. 말이 안통해 버스표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87년부터 이 「부업」을 하고 있다. 9년동안 모은 수익금은 장학금으로 쌓여가고 있다. 고집스레 이일을 계속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버스표를 팔면서 학생들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이들의 생각과 고민을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정년퇴임을 2년여 남겨놓은 박교사는 요즘 두가지일을 준비하고 있다. 청각장애학생들의 글쓰기, 읽기교육을 위한 사전과 독본을 제작하고 교정에 세종대왕, 충무공동상을 세우는 일이다. 인터뷰중 수화통역을 해준 교사가 이것 저것 자랑을 늘어놓아도 겸손하기만 하던 한국의 설리번은 『능한 목수는 아무리 굽은 나무라도 버리지 않는다』고 손으로 말했다. 박교사는 정년퇴임후에는 학교일로 제대로 하지 못했던 청각장애인을 위한 여러가지 일들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부산=황유석 기자>부산=황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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