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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이혜경/「길 위의 집」10년만에 발표한 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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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작가상 수상자 이혜경/「길 위의 집」10년만에 발표한 장편

입력
199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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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소재 연작소설 쓰고 싶어”민음사 제정 제19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혜경(35)씨. 82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중편 「우리들의 떨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얼굴을 내민 이씨는 그 해와 이듬해 단편 한 편씩 발표한 뒤 10년 넘게 작품을 내지 않았다. 이번 수상작인 장편 「길 위의 집」은 작가의 말대로 『첫 작품 발표 후, 문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그만한 문학작업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또 작품을 통해 보여주려는 사람과 세계에 대한 사랑을 실제 삶 속에서 내가 그만하게 해내고 있는지』에 대한 중압감을 참으로 오랜기간 견디고 써낸 역작이다.

작품은 지금부터 한 30년전쯤 한 가족의 내력을 다루고 있다. 자수성가해 가부장적 권위주의로 무장한 아버지 이길중, 그 권위에 짓눌려 신산한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 윤경희, 아버지의 권위 앞에서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어 순종하며 살지만 결국 또 하나의 폭군가장이 되는 큰 아들 효기, 가장의 권위에 끊임없이 거스르며 반항아로 살아가는 둘째 윤기등 가족구성원들의 내면과 그들간의 애증을 보여준다.

첫 작품 「우리들의 …」가 도시변두리 중산층가족의 경제적 몰락을 다룬 것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는 한 가족의 복잡다단한 삶을 조용히 들려주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려 했다는 작가는 작품을 통해 유교관에 바탕을 두고 부중심으로 편재된 가정의 모습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폭력·희생, 남성중심의 사회와 가족에서 여성이 견뎌내야 하는 고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 중의 학생운동, 80년대 사회상들이 가족이야기와 긴밀히 결합되지 못했다거나 너무 조용한 작품이어서 박력이 없어 보이지만 심사평대로 차분하고 꼼꼼한 관찰, 삶에 대한 통찰이 만만치 않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78학번)를 졸업한 작가는 『앞으로 보통사람의 고독한 생활을 그리는 연작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말한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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