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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우리은행 진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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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 우리은행 진출해야”

입력
199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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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50여한국기업·유학생들 송금에 큰 애로/올 한·러 무역규모 40억불예상… 전망도 밝아모스크바에 주재하고 있는 한국 상사원이나 유학생들의 공통적인 애로사항은 한국과 돈을 어떻게 주고 받느냐는 것이다. 러시아 기업과의 무역거래는 물론 지사운영비등을 비롯, 본국에서 보내는 유학비용까지 서울과 모스크바를 직접 연결하는 금융창구가 없기 때문이다.

K상사의 H대리는 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간다. 그의 임무는 모스크바지사에서 필요한 운영경비를 직접 수송해 오는 것이다. 공항에서의 복잡한 세관신고는 물론 혹시 조직범죄단의 「습격」이 있지 않을까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유학생들 역시 모스크바에 오는 여행객들중 아는 사람을 통해 돈을 전달받거나 상사등을 통해 어렵게 송금을 받고 있다.

이처럼 돈을 받고 보내는 일이 어려운 것은 무엇보다 먼저 러시아은행들의 능력이나 신뢰성이 아직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러시아에는 약 2천5백여개의 은행이 있으나 외국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은 별로 많지 않다. 또 절차와 제도가 복잡한데다 자칫 잘못하면 돈을 제때 찾거나 보낼 수 없는 일이 생길 정도로 신뢰도도 낮다. 한달에 1백여개의 은행이 새로 생기거나 없어질 만큼 금융구조가 불안정해 외국인들이 러시아은행 이용을 꺼리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러시아 은행들도 차츰 서구식 금융제도와 서비스에 적응하고 있고 러시아정부도 점차적으로 자본개방을 추진하고 있어 상황은 다소 호전되고 있는 추세다.

이같은 변화를 틈타 지난 92년 「뱅크 오스트리아」를 시작으로 외국은행들이 속속 모스크바에 진출하기 시작, 현재 모스크바에서 영업을 하는 외국은행은 14개에 이르고 있다. 이중 유럽계가 10개로 가장 많고 미국과 아시아계(중국 터어키)가 각각 2개씩이다.

이들 은행들은 러시아금융계의 견제와 각종 법률및 제도상의 규제에도 불구, 현지적응에 성공, 상당한 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규모 2억5천만달러의 「뱅크 오스트리아」는 지난해말 2천8백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은행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모스크바에 진출한 자국기업만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 이는 우선적으로 자국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고 러시아은행을 이용함으로써 있을 수 있는 위험도를 줄이는 동시에 외화가 제3국으로 쓸데없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또 러시아은행들의 견제도 최소화하려는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50개에 달하고 연간 무역거래액도 26억달러에 이르지만 한국의 은행들은 아직 모스크바에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어렵게 벌어들인 외화가 러시아 또는 제3국 은행들에 「떡고물」로 떨어지고 있다. 모스크바에 진출한 한국상사들은 이 때문에 이구동성으로 한국은행들의 영업을 바라고 있다.

모스크바의 한 금융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경제사정이 점차 호전되고 있고 러시아 금융업도 본 궤도에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등 본격적인 투자와 교역이 활성화된 현시점이 외국은행이 진출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분석한다.

모스크바에 진출한 모상사의 L모지점장은 『러시아는 물론 독립국가연합(CIS)진출이 활발해지고 있고 극동지역에서 한국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할 금융업의 진출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영업허가권을 갖고 있는 러시아정부와 중앙은행도 한국의 금융업 진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금융계는 특히 자본규모나 수준면에서 일본은행들보다는 한국은행들과 상호협력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한국의 각 은행들이 도시마다 지점개설을 하는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으나 러시아에는 조흥은행만이 연락사무소를 운영할 뿐 아무런 영업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올해 한·러시아간 무역규모가 4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은행들이 영업활동을 하지 않을 경우 제3국은행들만 톡톡히 재미를 볼 것이 분명하다.

물론 모스크바의 치안상황등을 고려할 때 현금을 취급하는데 위험이 따르기는 하지만 「위험할 때 투자하라」는 말대로 뛰어 든 뒤 제3국 은행이나 러시아 은행들과의 상호협력을 바탕으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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