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일 골칫덩어리 「원자력상선」 해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일 골칫덩어리 「원자력상선」 해체

입력
1995.05.15 00:00
0 0

◎69년 수요급증예상따라 진수/반핵의식 확산 각국서 조선기피/74년 방사선 누출사고까지 겹쳐/국민들 격렬반대… 항구없이 표류/비용 1,100억엔 날려… 대형국책사업의실패 상징지난 10일 아침 일본 아오모리(청삼)현 무쓰(륙오)시 세키네하마(관근빈)항에서는 일본 원자력개발사의 한획을 긋는 작고도 큰 사건이 있었다. 지난 3년5개월간 항구에 발이 묶여있던 일본 최초이자 유일의 원자력선 「무쓰호(8천2백42톤)」가 소형 예인선 4척에 이끌려 앞바다로 나갔다가 대형 부양선(부양선)에 실려 되돌아 왔다. 이 짧은 항해는 죽음을 앞둔 무쓰호의 마지막 항해였고 이날 시작된 최종 해체작업의 첫단계이기도 했다. 해체작업은 무쓰호의 선체를 통째로 3토막으로 잘라내고 중앙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실을 그대로 들어 올리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특수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69년 6월 진수당시만 해도 세계 해운업을 제패하겠다는 일본의 꿈을 가득 실었던 무쓰호가 맞은 해체 운명은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하기에 족하다. 원자력선 사업의 첫 결실인 무쓰호의 해체는 대형국책사업 하나가 송두리째 실패했음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속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요에 따라 원자력상선시대가 곧 도래하리라는 예측은 여지없이 빗나가 버렸다. 경제성 문제와 반핵의식의 확산으로 각국이 원자력상선을 기피한 결과이다. 또한 「원자력상선시대의 개막」이라는 화려한 수사속에 진수된 무쓰호 자체도 기대와는 달리 말썽만을 거듭해 왔다.

애초부터 원자력상선기술이 곧바로 원자력잠수함이나 항공모함등 군사기술로 전용될 수 있다는 주변국의 우려도 무성했다. 정책결정을 앞두고 있었던 격렬한 국내논쟁 역시 무쓰호 탄생에 붙여진 수사를 무색하게 했었다.

순수 독자기술 개발을 고집한 일본은 당시 원자력 선진국인 미국이나 프랑스등에서는 상식에 속했던 원자로 차폐(차폐)기술을 경시했다. 그 결과 74년 아오모리현 앞바다에서 처음 실시한 출력상승실험중 방사선 누출사고를 일으켰다. 실험단계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막을 수 있었던 이사고는 인체에 중대한 장애를 일으킬 정도의 것은 아니었지만 무쓰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완전히 바꿔 버렸다.

격렬한 반대운동이 일어났고 출력상승실험은 연기됐다. 각 항구의 거부로 모항을 가질 수도 없어 무쓰호는 표류를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 거듭된 개수작업을 거쳐 진수 21년만인 90년에야 처음으로 시험항해를 거쳤고 모두 4차례의 시험항해를 기록하고는 세키네하마항에 틀어 박혔다. 다 해봐야 1백66일 8천2백에 불과한 항해기록이었다. 반면 그동안 건조비 및 수리비는 1천1백억엔이상이 들었다. 앞으로의 해체비용만도 95억엔이 들어간다.

무쓰호의 해체작업은 사실상 93년 여름에 이미 시작됐다. 보유사인 일본원자력연구소는 무쓰호의 심장인 가압형경수로(열출력 3만6천㎾)내의 핵연료와 폐기물, 냉각수등을 이미 제거했다. 남은 작업은 원자력실 전후로 선체를 절단한 뒤 3천1백80톤의 원자력실을 통째로 크레인으로 끌어올려 바로 옆에 설치된 지하보관소로 옮기는 일로 6월말이면 모두 끝나게 된다. 철거된 원자로는 원자력연구소와 과학기술청이 설계중인 「무쓰과학기술관」(가칭)에 옮겨져 일반에 전시될 예정이다.

또한 무쓰호는 2백억엔의 예산을 들여 세계최대의 디젤엔진 해양관측연구선으로 개조된다. 97년이면 세키네하마항을 모항으로 동태평양일대에 해양관측부표를 설치하는 첫 임무를 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4월25일 핵폐기물 수송선 「퍼시픽 핀테일」호의 입항을 두고 강한 반발을 보인 아오모리현에서 공개전시나 지역내 원자로 영구보존을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다. 무쓰의 심장이 「일본 최초의 원자력선 개발기념물」로 남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 셈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