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오클라호마시티 폭탄테러사건이 발생한지 한달이 돼간다. 남의 나라일이라 벌써 잊은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그 이후」에는 되씹어야할 대목이 많은 것 같다. 폭파된 연방정부건물에 중장비가 투입된 것은 사고발생 열흘이 지난 뒤였다. 그 급한 상황속에서도 잔해 조각 하나하나를 손으로 조심조심 들쳐낸 것은 만의 하나라도 부상자가 매몰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진척이 없을 것 같은 상황속에서도 희생자 발굴작업은 보름동안이나 끈질기게 계속됐다. 군·경은 주변정리와 경계작업을 맡고 부상자를 구조하는 일은 전문구조대원만이 담당했다. 모든 부상자들에게 목지지대를 부착, 2차부상을 방지하는등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구조작업이 이뤄진 것은 물론이다.사고발생 이틀뒤부터 현장에는 심리상담센터가 설치됐다. 사지가 참혹하게 찢겨나간 시체들을 수습하는 구조대원들이 입은 정신적 충격을 치유하는 것까지도 이들은 「복구」개념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폭발과 함께 정부기관의 서류며 컴퓨터 데이터들도 완전히 파괴됐다. 하지만 8명의 직원을 잃은 농업금융국(FCA)을 비롯, 주요 관공서는 48시간뒤부터 임시사무실에서 평상시와 똑같은 서비스를 주민들에게 제공해오고 있다. 비상시를 대비한 별도의 자료보관소와 완벽한 국가전산망 덕택이다. 오클라호마시티 사건 9일 뒤 대구가스폭발사고가 TV를 통해 미국에 전해졌다. 군인 경찰 구조대원 동네주민들이 뒤엉켜 어디를 다쳤는지도 모르는 부상자를 끄집어당기고 어깨에 들쳐메는 모습은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실종자가 아직 남아있고 안전진단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중장비를 동원, 현장을 덮어버렸다는 배짱도 놀라웠다. 그 많은 참사를 겪고도 배운 것 하나없이 원시적 구조와 복구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는 이곳 동포들은 멀리서도 사고의 원인을 금방 떠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뉴욕=김준형 특파원>뉴욕=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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