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시절 탁월한 재주 세월과 함께 사라져/60연대 「기차」 등 명작으로 촉망… 이후 급작스런 쇠락 아쉬움젊었을 때 지녔던 탁월한 재주를 제대로 간직하지 못하고 나이 들어 모두 상실한 감독이 존 프랑켄하이머(JOHN FRANKENHEIMER·65)이다. 그의 재능 고갈기는 60년대 중반 유럽으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시작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스릴러 「기차」(THE TRAIN·65년)는 이같은 고갈기 직전에 만든 걸작 전쟁영화이다. 지적이고 서스펜스 가득한데 예술의 보존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희생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철학적 명제까지 제시함으로써 내용에 깊이를 주고 있다.
나치가 연합군에 밀려 퇴각하던 1944년 여름. 예술애호가인 파리교외 주둔 독일군 대령 폰 발트하임(폴 스코필드)은 미술관에 소장된 세계적 걸작 미술품들을 독일로 수송할 계획을 세운다.
그림들을 독일로 옮기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폰 발트하임과 결사적으로 이를 저지하려는 철도 검사원 라비시(버트 랭커스터)를 비롯한 레지스탕스대원들간의 의지와 기지의 대결이 작품주제이다.
그림이 무언지도 잘 모르는 보통사람들의 영웅적 행위에 의해 미술품들은 독일로 넘어가기 직전 저지된다. 사랑하는 예술품 옆에서 죽기로 한 폰 발트하임의 사체와 마티스, 드가, 브라크, 마네등의 이름이 찍힌 그림 상자들을 빠른 편집으로 보여주는 라스트신은 차라리 허무하다.
기차는 거대한 생명체로서 질주하고 충돌하고 탈선하면서 작품에 긴장감과 박진감을 불어 넣는다. 프랑켄하이머는 또다른 주인공인 기차의 돌진과 묵중한 모습을 여러 방향에서 찍기 위해 카메라를 7대까지 동원했는데 모형이 아닌 진짜 기차를 사용했다. 프랑스에서 현지 촬영한 이 작품은 액션영화치고는 시각미가 뛰어나다. 안개 자욱한 회색빛 분위기와 흑백명암이 뚜렷한 촬영이 눈부시다.
프랑켄하이머는 공군 근무시 영화기술을 배우고 단편 기록영화를 만들었다. 제대 후 CBS TV에 입사, 유명시리즈 「플레이하우스 90」을 포함, 1백25편의 TV작품을 감독했다.
자신의 TV작품인 「젊은 이방인」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세대 차이를 그린 영화로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에서 실패하자 다시 TV로 돌아갔다.
그를 「60년대의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신진 감독」의 위치에 올려놓은 영화는 「알카트라스의 조인」. 랭커스터가 조류연구를 통해 재생하는 무기수로 나온 기록영화식의 작품으로 평과 흥행이 모두 좋았다.
이어 뛰어난 두 정치스릴러 「만추리안 후보」와 「5월의 7일간」으로 프랑켄하이머는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이루며 사회·정치문제를 통찰력있게 다루는 감독으로 입지를 굳힌다.
그러나 이후 유럽에서의 10년간은 예술성 불모의 시기였다. 만드는 영화마다 비평과 흥행에서 실패했다. 기민한 연출감각과 화려한 시각미, 치밀한 구성이라는 자신의 특징을 상실하고 스타일이 내용을 앞서는 졸작을 만들었다.
73년 「아이스맨 오다」로 귀국한 후 「검은 일요일」등 두세편의 재미있는 오락영화를 만들었지만 그의 재능은 살아 나지 못하고 있다.<미주본사 편집국장 대우>미주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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