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로 일자리 빼앗긴다” 백인들 폐지주장/공화당선 선거이슈로… 클린턴도 모종의 법손질 시사/반이민 무드·사회보장축소 맞물려 귀추주목미국사회를 휘감아 치는 보수주의의 파도에 떠밀려 소수 민족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소수계보호법(AFFIRMATIVE ACTION)이 폐지될 위기를 맞고 있다. 소수계보호법 존폐문제는 최근 반이민 무드를 타고 추진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 개혁안(상원계류중)이나 이민자축소법안등과 함께 한인등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소수민족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법은 특히 보브 돌 상원원내총무, 필 그램 상원의원,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주지사등 96년 대선 공화당 예비후보들이 앞다투어 폐지를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전국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소수민족과 여성에 대해 고용·정부계약·대학입학등에서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 소수계보호법은 백인위주의 미국사회에서 소수계가 숨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 법은 소수민족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남성들에게는 「역 차별」의 본보기로 인식돼 왔다. 더욱이 지난 몇년간 계속된 불경기로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소수계보호법 반대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힘을 얻게 됐다.
소수계보호법을 반대하는 측은 이 법이 무엇보다 자유경쟁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능력에 상관없이 인종과 성별에 따라 프리미엄을 주는 것은 기회균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이들은 또 소수계보호법이 사회구조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소수계가 주류사회에 동화하는 대신 이 법의 언덕에 기댄 채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고집함으로써 사회 곳곳에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촌의 웅덩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찬성론자들은 『소수계보호법은 미국사회가 지켜야 할 도덕적 의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 소수계에 자행돼온 차별을 보상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의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소수계보호법은 특정 인종집단에 대한 덤이나 차별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균등의 보장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 법이 있음으로 해서 그나마 소수계가 능력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와 대접을 받을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소수계보호법은 양측 주장의 명분이나 설득력을 떠나서 보수주의 바람을 등에 업은 공화당에 매력적인 정치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공화당이 소수계보호법 쟁점에 착안한 것은 이 법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백인 남성들에게 인기있는 선거 이슈이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이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공화당에서 힘깨나 있는 정치인들이 모조리 폐지론에 목소리를 싣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필 그램 상원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가장 우선적으로 시행할 행정명령은 인종및 성에 따라 할당제나 우대제를 실시하는 관행의 전면 폐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브 돌 의원 역시 올해안에 연방정부의 소수계 특전제공 폐지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피트 윌슨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소수계보호법 폐지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내년 대선에서 보수화한 유권자들의 표를 챙긴다는 전략까지 수립해 놓은 상태다.
이런 와중에 연방대법원과 의회및 연방정부기관들이 소수계보호법과 관련된 의미있는 몇가지 결정을 내림으로써 그 반향과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최근 앨라배마주 버밍햄시의 소방관진급심사시 인종쿼터제를 두어 백인 소방관을 역차별했다는 소송과 소수계보호법때문에 매니저로 진급하지 못했다는 백인 엔지니어의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모두 백인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또 상원 재무위는 소수민족계 회사에 TV방송국과 케이블 네트워크를 팔 경우 세제 특혜를 부여토록 한 법안의 폐기를 승인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통화감시원·연방예탁보험공사·저축감독원등 4개 연방금융규제기관 역시 소수계 중·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자의 인종과 성을 기록,보고토록 한 규정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소수계보호법의 폐지를 반대해 온 클린턴대통령 역시 최근 『소수계보호법으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믿는 백인 남성들의 우려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이 법에 대한 모종의 「손질」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러나 소수계보호법이 백인 남성들에게 역차별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의 고급 관리직은 소수민족에겐 여전히 좁은 문이다. 민주·공화 양당이 최근 내놓은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체 노동인구의 43%를 점유하는 백인남성이 부사장급 이상의 고위관리직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럿거스대학의 앨프리드 브럼로센 교수(법학과)는 『소수계보호법이 광범위한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며 『법원의 판결로 개별적인 역차별 사례를 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미한 부작용을 이유로 소수계보호법 전체를 허물려는 시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소수계보호법이란/소수민족·여성, 고용 정부계약 등 “우대”/시행후 지금까지 1,000만명 이상 혜택
소수계보호법은 1964년 통과된 민권법과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11246호에 의해 시행되기 시작했다. 당초에는 정부계약을 수주하려는 기업과 인종차별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법인이나 단체로 하여금 소수민족에 대한 우대제도를 택하도록 하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계약을 딸 필요가 없는 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채택하게 됐다.
시행 이후 지금까지 이 법으로 취업과 승진에서 도움을 얻은 사람은 소수민족 출신이 5백만명, 여성이 6백만명인 것으로 집계돼 있다. 따라서 이 제도가 완전 철폐될 경우 소수계 출신과 여성이 기업및 정부기관에 들어가거나 고위직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일반 기업의 경우 35% 가량만이 연방정부의 강제없이 비즈니스 차원에서 소수계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 법이 철폐될 경우 소수계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법이 철폐되면 정부공사계약 체결과 대학 진학시 소수계가 받고 있는 우대제도도 함께 없어지게 된다.
◎미 영주권자 시민권신청 러시/“사회보장제 개혁 임박” 위기감속/작년 10월∼올 2월 30만명 몰려
보수주의 득세와 함께 형성된 반이민 여론과 사회보장제도 개혁 움직임등으로 미국 영주권자의 시민권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초(연방 이민국 회계연도 기준)부터 올 2월말까지 미 전역의 시민권 신청자는 30만7천명에 달해 그 전해 같은 기간의 15만9천7백86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민권 신청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이유다. 이전에는 영주권만 갖고 있어도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차별 없이 받을 수 있었으나 제도개혁이 있을 경우 시민권자에게만 국한되기 때문이다.
사회보장 프로그램중 논란이 되고있는 부분은 생계보조금과 부양자녀지원금, 푸드 스탬프다. 생계보조금은 65세이상이거나 신체장애자로서 은행잔고와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받을 수 있다. 부양자녀지원금은 수입이 없는 가정에 주는 자녀 양육비이고 푸드 스탬프는 일종의 식량 쿠폰으로 실직했거나 수입이 일정 수준 이하이면 탈 수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한인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생계보조금이다. 65세 이상 한인 영주권자의 절반가량이 혜택을 받고 있는 생계보조금이 시민권자에게만 주어질 경우 당장 생활에 곤란을 느끼게 될 한인들이 많다.
생계보조금 수혜대상자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받지 못할 경우 엄청난 의료비를 고스란히 물어야 하므로 필사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 각지의 비영리 한인단체들에 시민권을 신청하려는 노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민권은 18세이상의 영주권자로서 미국에 5년이상 거주하면 신청자격이 주어진다. 미국헌법·정부조직·미국역사등에 관해 10문제정도를 물은 뒤 책을 읽을 줄 아는지, 말을 알아듣는지, 간단한 문장을 쓸 수 있는지 테스트한다.
55세이상의 영주권자로서 15년이상 거주한 사람은 자국어로 시험을 볼 수 있으나 그렇지 못한 노인들은 영어로 시험을 보아야 하므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시민권 취득을 위해 영어공부를 하러가던 한인 할머니 2명이 차에 치어 숨져 교포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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