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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미 전직구조대원의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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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미 전직구조대원의 자살

입력
1995.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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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우물에 빠진 여아구출로 일약 영웅부상/짧은시일내 명성사라지자 충격받고 생 마감크고 작은 사고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생존자를 구해낸 구조대원은 매스컴에 의해 일약 영웅으로 떠올라 국민의 찬사를 한몸에 받는게 미국이다. 오클라호마 폭탄테러사건의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던 지난달 28일 텍사스주에서는 자살한 전직구조대원 로버트 오도넬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조문객도 거의 없었고 주요 신문에 기사 한줄 나오지 않았던 이 쓸쓸했던 장례식 이야기를 뒤늦게 접한 미국인들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되새기고 있다.

로버트 오도넬이 37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원인은 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아내와 8세, 2세된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텍사스주 미들랜드 소방서 응급의료요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해 10월14일 2세가 채 안된 제시카 매클루어양이 이모집 뒷마당에서 놀다가 폐쇄된 우물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키가 크고 깡마른 오도넬은 협소공포증이 있었지만 자신이 적임자라는 것을 알고 좁고 위험한 구조터널로 내려가겠다고 자원, 추락 이틀만에 제시카를 구해냈다.

제시카의 추락직후부터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매스컴에 의해 그는 곧바로 전국적인 영웅이 됐다. 「제시카를 구해낸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그의 얼굴과 목소리가 매스컴을 장식했고 유명한 「오프라 윈프리쇼」에 초청인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의 기억은 오래가지 않는 법. 매스컴에서 제시카와 오도넬의 이름이 사라지면서 모든 것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그는 몇달 뒤 제시카의 구출을 소재로 제작된 TV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제작자들이 어색한 그의 연기장면을 사전연락도 없이 삭제해버려 가족과 친구들을 TV앞에 잡아두었던 그는 망신을 당해야 했다.

오도넬의 친구들은 『그는 제시카를 구해냄으로써 갑작스레 얻어진, 그러나 또 갑작스레 사라진 명성에서 오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소방서에 정신적 충격 후유증에 대한 치료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거부됐다. 사건이 있은지 4년후 그는 이혼했고 이혼한지 1년뒤에는 마약복용혐의로 소방서에서도 퇴직해야 했다.

퇴직후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오도넬은 결국 모친의 목장안에 세워 둔 자신의 트럭안에서 모친에 의해 시체로 발견됐다. 「전영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매스컴은 거의 없었다. 제시카 구출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앤디 글래스코크씨는 『구조대원은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심한 우울증에 빠지게 마련』이라며 『로버트는 그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라고 말했다.<뉴욕=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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