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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중기대책(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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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중기대책(사설)

입력
199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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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자세가 만날 이래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요란한 소리가 나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찔끔찔끔 대책을 내놓는 식으로 사태를 미봉하는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자세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됐다. 중소기업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한번 되새겨봐야 할 때가 됐고 실상파악도 좀더 근본적으로 정확하고 현실성 있게 새로 해봐야 할 때라고 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면적이고도 구조적인 근본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재정경제원이 산업현장 경기를 점검해 본 결과 중소기업들은 전반적인 과열 우려 속에 자금난 인력난 원자재난이 한층 더 심각해져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중소기업 부도업체는 4천4백97개로 전년보다 32.4% 늘어나면서 사상최악을 기록했다. 올들어서도 하루 26개씩 중소기업들이 쓰러지고 있다. 기업은행에는 하루 3∼4건, 한달 평균 1백여건, 지난해 보다 3배나 많은 중소기업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중소기업이 어렵다는 사실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과 자세의 문제다. 농업부문과 함께 가장 고질적 낙후부문인 중소기업 쪽에서 심상찮은 징후들이 계속 나오고 또 마침 기계공업 육성등 산업화의 최종단계를 마무리 하려하는 시점이니까 이번에야말로 중소기업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고 넘어가겠다는 각오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자본재산업육성계획때 우리가 지적한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대기업만으로 경제를 꾸려갈 수는 없는 일이고 중소기업문제 해결없이 산업화는 완성될 수 없다. 중소기업의 뿌리가 튼튼치 않으면 선진경제도 물론 이룩할 수 없는 꿈이다.

정부 여당이 13일 고위당정회의를 통해 내놓은 중소기업 자금난 완화방안은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진부하고 고식적인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십년 되풀이돼 온 묵은 방법들이 그대로 동원됐다. 어음할인 전담 재원 마련과 특별기금 조성, 하도급공정거래 확립, 담보규제완화등등이 다 역대 정부에서 단골로 써먹던 낡은 방식들이다. 새로운 문제의식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30년 산업화 과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경제발전단계에 상응한 역사의식을 갖고 중소기업문제를 다루어 달라는 것이며 근본과 핵심을 꿰뚫을 수 있는 신선한 발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이 주는 어음의 조건만 조금 달리 해 줘도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수조원의 돈보다 조건이 더 중요하다.

정말 한번 해보겠다는 성의와 의지만 있으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불평을 잠재우거나 선거를 의식하거나 하는 급한 마음으로 고식적인 호도책을 내놓는 것은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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