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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급속히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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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에볼라 바이러스」 급속히 번져

입력
1995.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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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병이후 최악질병” 세계 비상/각국공항·항만 검색강화/치료안돼 격리수용 고작/76년 첫 발생… 순식간에 수백명 희생아프리카 자이르 중부내륙 키크위트에서 첫 발병한 에볼라 바이러스가 무서운 기세로 감염지역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서쪽 4백여 떨어진 자이르의 수도 킨샤사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구 2백50여만명의 킨샤사를 에볼라가 덮칠 경우 중세 흑사병(페스트)의 창궐이래 최대의 질병 대참사가 빚어질 전망이다. 세계 각국은 이에따라 공항, 항구마다 검역을 강화, 에볼라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골몰하는등 전세계에 에볼라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세계의료·보건당국들은 초특급 비상태세에 돌입한 가운데 WHO를 중심으로 한 특별대책반을 현지에 급파해 에볼라퇴치작전에 들어갔다. 세균침입을 막기 위한 특수복장과 장갑에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장착, 마치 「우주인」같은 복장을 한 이들 대책반원들은 오염지역을 현수준에서 차단, 더이상의 피해를 줄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에볼라 바이러스의 높은 전염성과 치사율, 그리고 치료법이 없는 관계로 에볼라의 발본색원은 엄두도 못낸다. 피해지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주민들을 격리수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지난 76년 자이르와 수단에서 첫 창궐,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정체를 드러낸 에볼라 바이러스는 WHO가 「현대의 흑사병」인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을 유발하는 HIV보다도 위험성면에서 두단계 높은 4급 병원균으로 분류하고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에이즈균처럼 백신이나 치료법도 없으며 일단 걸리면 10명중 9명(치사율 88∼90%)이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숨진다.

증상 또한 에이즈보다 더 참혹하다. 잠복기는 2∼21일로 일단 벌레모양의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고통속에 가족조차 구역질을 낼 정도의 처참한 모습으로 빠르게 죽어간다. 「더 핫 존」(THE HOT ZONE)이라는 책을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개한 리처드 프레스턴은 환자가 죽어가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환자는 의식불명상태에서도 계속 구토하며 목에서는 끄르렁 거리는 숨막히는 소리가 난다. 이어 침대시트가 절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는 괄약근의 창자가 열리고 피가 뿜어 나오는 소리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피와 함께 내장이 몸밖으로 빠져나온다』

감염경로도 아직 명확지 않다. 원숭이등 동물을 매개로 혈액, 체액등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는 것이 WHO등의 일반적인 추측이다. 그러나 공기로도 전염된다는 설이 있는등 아직 감염 경로가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는 에볼라가 갖고 있는 또하나의 미스터리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 창궐, 기세를 떨치다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마치 사냥꾼의 추격을 감지한 동물이 동굴속으로 잠적하는 것처럼 사라지기 때문에 병원을 규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벌이던 연구진들은 추적의 단서를 잃곤 한다.

에볼라 공포는 이같은 신비성으로 인해 전세계에 급속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지는 사설을 통해 냉전기 「세계의 경찰」역을 맡았던 미국은 이제 「세계의 의사」역을 맡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선포된 셈이다.<윤석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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