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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해괴한 국가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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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의 해괴한 국가관(사설)

입력
199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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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각때부터 자질 시비가 없지 않았던 김숙희교육부장관의 전격해임은, 해임사실보다 그 원인이 된 지각 없는 발언이 더 황당하고 충격적이다. 국민의 분노마저 자아낸 이유는 단순하고 명백하다.「한국의 교육정책방향」이라는 국방대학원강연중에서 그는 느닷없이 『6·25는 동족간의 분쟁이요 월남전은 용병으로 참전했으므로 올바른 전쟁의 명분을 갖지 못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민족의 사활을 건 6·25전쟁이나 월남참전은 모두가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끔찍한 결론밖에 남을 게 없다.

그렇다면 6·25전쟁이 명분이 없기에 북한의 남침에 대해 대한민국은 속수무책으로 굴복했어야 옳다는 뜻인가. 또한 월남참전이 용병이었다는 단정은 결국 우리 국군이 돈에 팔려 전장에 나갔다는 말밖에 안된다. 건국이래 두차례 전쟁에서 당한 엄청난 희생과 고난은 하루 아침에 무의미하고 물거품이 될뿐 아니겠는가. 무슨 변명을 해도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망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국가수호와 반공을 위해 생명을 바친 영령이나 유가족과 참전용사들에 생각이 미칠 때 그 모독감은 형언하기 어렵다. 공인이 아니라 사인자격으로라도 이런 천박한 사고를 표시한다면 그것은 6·25와 같은 아픔을 다시 불러 일으킨거나 다름 아니다. 하물며 국무위원인 장관의 발언이었음에야 더 할 말을 잃게 된다.

우리는 전쟁과 평화의 개념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도 있음을 너그럽게 이해한다. 그러나 역사가 입증한 명명백백한 사실을 독단으로 왜곡하는 작태는 결코 받아들일 수가 없음을 강하게 밝혀 둔다.

이처럼 미숙한 사고와 비뚤어진 국가관의 소유자가 교육행정을 책임 맡은 교육부장관직에 있었음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의 해괴한 발언은 진보와 보수의 이념 차원에서 다룰만큼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국민과 국군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가를 한번쯤은 심사숙고했어야 마땅했다.

국가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의 원칙에 대한 훼손은 더 이상 방관 못한다. 이것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장관 자질만이 아니라 국민의 자격도 없음을 확신하는 바다.

이러한 교육부장관이 있었다는 것만으로 국민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격해임이 당연할수록 그의 기용 배경이 의심스러워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이젠 공인의 자질검증이 철저해야 한다. 마침 교육개혁안의 발표를 앞둔 시점이다. 새로운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당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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