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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사안들 충분한 논의없이 밀실급조/경제정책 “전격신드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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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사안들 충분한 논의없이 밀실급조/경제정책 “전격신드롬”

입력
1995.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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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법개정·그린벨트완화·자본재산업육성 등/현실성 떨어지고 후유증심각 “행정낭비”지적정부의 굵직한 경제정책들이 전격적으로 발표되고 있다. 중요 사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생략한 채 결론을 먼저 발표하는 「논의결핍증」이 심각해 후속 조치에서 부작용이나 허점을 그대로 노출, 행정적 낭비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전격실시한 이후 「전격신드롬」에 빠져 밀실급조식 정책발표를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금융실명제야 사안의 성격상 전격실시가 불가피했다손 치더라도 다른 일반정책들마저도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정책도출과정을 거치지 않아 허술한 정책들이 나오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들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자본재(기계·설비)산업 육성방안의 경우에도 국내금리보다 절반이 싼 연 7%짜리 자금을 국산기계 구입업체에 지원하기로 일찌감치 결론맺은 상태에서 관련부처간에 형식적 논의만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7%짜리 자금지원은 70년대 3공화국식의 직접적인 정책자금 배분과 유사한 일종의 현금차관으로 수혜기업에 대한 특혜문제(96년에 1천4백억원 혜택)와 통화증발문제(96년에 2조원가량)등을 낳게 되는데 통화관리주체인 한은도 논의과정에서 배제돼 한은독립의 필요성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라고 금융계는 지적하고 있다. 또 최근의 경기국면이 확장기여서 정부가 먼저 안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상태에서 자본재육성방안을 마련, 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시키는 일종의 부양책을 쓴 꼴이어서 자가당착이라는 지적도 있다. 논의과정이 부족해 이러한 부작용이나 문제점에 대한 점검도 부족했던 것이다.

3월 중순 발표된 건설교통부의 그린벨트완화방안도 마찬가지다. 이 방안중에서 특히 부산의 제2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그린벨트내에 허용하는 내용이 다른 방안들에 묻혀 전격 결정됐다. 환경문제등 여러 문제점들을 안고 있어 논의과정을 거쳤을 경우 결론이 달라졌을 수도 있는 사안이 부작용을 덮어둔 채 결론난 것이다. 지난 2월 발표된 한은법 개정안도 전격신드롬의 한 예이다. 여러가지 방안중에서 가장 과격한 방안이 갑자기 결정돼 사회적 충격이 매우 컸었다. 사전적인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아 정부조차도 사후에 공청회등을 거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아울러 지난해 12월의 정부조직 개편안도 전격발표돼 시행과정에서 후유증에 시달린 정책으로 꼽힌다. 이미 정부조직의 전반적 개편방안이 마련돼 있었음에도 소수의 정책결정자들이 별도로 최종안을 급조함으로써 현실성이 떨어지는 취약점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정책의 논의결핍증은 공룡부처로 불리는 재경원의 탄생으로 부처간 생생한 논의가 더욱 절실한 시점에서 빚어지고 있어 우려를 크게 하고 있다. 논의결핍증의 실제원인제공자는 공룡부처인 재경원이 아니라 부처간 정책을 조정하는 청와대 경제비서실이라는 지적도 있다.<홍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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