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로서 용납할수 없다” 단호/보수세반발·야공세 차단 처방김영삼대통령이 12일 김숙희 교육부장관을 전격해임한 것은 김전장관의 발언파문을 조기차단하자는 의도도 있었겠지만 김대통령 자신의 「진노」가 컸던 탓도 있다. 김전장관이 지난 10일의 국방대학원 강연에서 『6·25는 동족간의 분쟁이요, 월남전은 용병으로 참여했으므로 올바른 전쟁의 명분을 갖지 못했다』고 한 말은 김대통령으로서 받아들일수 없는 것이었다고 청와대측은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같은 분위기는 김전장관의 해임을 결정하는데 보여준 전격성에서도 알 수 있다. 김대통령은 이날 아침 일부 언론에 보도된 김전장관의 발언파문기사를 보고 관계비서관에게 철저한 진상파악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오 11시가 조금 넘어 김전장관의 정확한 발언내용을 보고받은 김대통령은 『국무위원으로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굉장히 화를 냈다고 배석자들은 전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승수 비서실장에게 김전장관의 해임을 지시했고 한실장은 중국을 방문중인 이홍구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뒤 곧바로 윤여준 공보수석을 통해 해임사실을 발표토록 했다. 불과 30여분 정도의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청와대관계자들은 이날 전격해임의 배경을 『김전장관의 망언은 평소 대북및 이념문제에 있어서 단호한 입장을 지켜온 김대통령의 생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김전장관의 발언이 교육을 전담하는 국무위원으로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된 선열들을 모독하는 망언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남참전을 용병의 시각으로 보는 견해는 북한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청와대측은 말하고 있다. 더욱이 질의응답과정에서 나온 실언이 아니고 사전에 준비해간 내용에 의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김전장관의 고의성도 엿보인다고 청와대측은 지적하고 있다.
김전장관의 발언은 물론 당사자격인 군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이어 정치권에도 파문을 던졌다. 민자당에서도 바로 김전장관의 인책론을 제기했고 야당에서도 김전장관의 자질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여권의 입장에서는 지방자치제선거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김전장관의 발언파문이 보수계층을 자극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발언파문의 조기차단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때 김대통령은 지난 2월 「안기부 지자제선거관련 문서파문」으로 김덕 전통일부총리를 전격해임하면서 야당의 공세를 피해갔던 것과 같은 「극약처방」을 택한 것같다. 이는 대구 가스폭발사고와 한약분쟁등으로 관계장관을 인책해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분위기 일신 차원의 개각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일단 전격해임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이번의 발언파문이 선거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신재민 기자>신재민>
◎문제발언 요지/“6·25는 동족분쟁월남전땐 용병으로”
이화여대 교수시절 휴교령이 내렸을때 군대가 정문을 막아버려 실습실에 들어가지 못했을 때 『내가 적이 아닌데 왜 이러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존속하기 위해선 국방이 전제돼야 하며 역사를 전쟁시기와 평화시기로 구분해 볼 때 군의 존재이유는 전쟁시기에 외환을 막기 위해서이다. 평화시기에 군이 왜 존재하는가, 국가간의 무력분쟁이나 발생가능한 전쟁에 대비하여 명분있는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한국군은 두번의 전쟁을 치렀는데, 6·25는 동족간의 분쟁이요 월남전은 용병으로 참여했으므로 올바른 전쟁의 명분을 갖지 못했다.
◎김 교육경질 법적의미/문책성 직권면직… 의원면직과 큰차이
김영삼대통령이 12일 김숙희 교육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은 법률적으로는 직권면직에 해당된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인 대통령이 고유의 면직권을 행사, 국무위원인 교육장관의 직을 박탈한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정치적으로는 엄중한 문책성 경질에 해당된다.
교육장관의 전격 해임이 발표된후 총무처 당국자들은 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하기 위해 청와대에 문의, 청와대로부터 본인의 사의표명이 없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다. 사전에 국무위원의 사의표명이 있었을 경우 사표를 수리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는 경질은 의원면직에 해당된다.
정치적으로 책임을 물어 경질할 때에도 모양새를 고려, 직권면직 대신 의원면직의 형태를 택하는 경우도 간혹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배려를 하지 않고 직권면직시킨 것은 문책의 강도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이 정부출범이후 직권면직의 형태로 문책당한 각료급 인사들은 김량배 전농림수산장관, 이계익 전교통장관, 김덕전안기부장등이다.
지난해 4월 이회창 전총리가 경질된 경우는 다소 논란이 있다. 당시 이총리는 사전에 사의표명을 했다고 말한 바 있으나 청와대측에서는 직권면직이라고 밝히고 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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