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전 남미의 군부지도자들은 그들에 대한 반발을 힘으로 제압하기 일쑤였다. 이제는 민정지도자들이 그같은 일을 되풀이 하려한다.3주전 민주주의 체제인 볼리비아에서는 곤잘로 산체스 데 로자다 대통령이 시위와 언론자유 일부를 제한하는 계엄령을 선포했다.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대통령은 지난 4월 9일 재선이후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에 대한 통제권을 어느때 보다도 강화시켰다. 아르헨티나의 메넴 대통령은 강력한 행정통제력에 의해 진행되는 경제개혁안에 힘입어 14일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할 것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라파엘 칼데라 대통령에 의해 「잠정」제한된 시민권이 1년이 넘도록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이러한 민주정이 어디에 있는가. 식민지배 종식직후 중남미국들에게는 이러한 유례가 있기는 있었다. 바로 강자에 의해 지배되는 수령주의(Caudillismo)의 잔재이다. 이제 쿠바를 제외한 모든 중남미국에 민선정부가 들어섰지만 상당수의 대통령들은 번거로운 입법절차나 법적 결정을 무시하고 언론비판을 싫어하며 무질서에 대처하기 위해 길거리에 군대를 풀어놓기를 좋아한다.
파라과이의 한 평론가는 이를 데모크라두라(Democradura·강성 민주제)라고 이름 붙였다. 브라질의 정치분석가인 소사는 『중남미의 대통령제에는 견제와 균형 기능이 없다』고 평하고 이를 「시저주의」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들 지도자들이 『오직 국민들에게만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일부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군사독재후 민주화를 회복시키는 과정중에 거의 모든 중남미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제및 정정불안 현상은 이를 가속시킨다. 아르헨티나의 한 분석가는 『위기인식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집중시키고 있다』며 『국민들은 절차가 무엇이든지간에 빠른 해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혼란에 식상해 있던 볼리비아의 경우이다. 미국에서 훈련된 사업가 출신인 로자다는 21개월전 대통령이 되자마자 국영기업의 민영화와 노조 약화 작업에 들어갔다. 이결과 7만 교원을 비롯한 공장근로자, 코카 재배자들의 시위와 때로는 폭력사태가 거듭 되고있다.
로자다의 강성 정책은 후지모리 페루대통령 방식을 답습한 것이다.
권위주의 조치에 의지하지 않는 나라라도 입법마비증세는 심각하다. 실례로 브라질 경제개혁의 핵심인 화폐개혁은 대통령령에 의한 「임시조치」만으로 거의 반년동안이나 의회승인없이 시행되고 있다. 카르도소 대통령은 지금까지 1백50여개의 임시조치를 발동했는데 여기에는 정부기구의 신설이나 연방정부지출의 재배정등 온갖 시시콜콜한 것까지 포함돼있다.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이같은 권위주의통치방식의 확산에도 불구, 상당수의 현지분석가들은 무제한적인 선동정치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교육받은 대중의 증가는 앞으로 대통령 권력에 대한 미국식의 견제와 균형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TV와 같은 대중매체가 새로운 형태의 독재통치를 가능케했다는 점을 들어 권위주의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결국 중남미에서의 「수령주의」는 급진개혁에 대한 필요와 국민들의 요구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어야만 사라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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