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점용과 가격차 거의 없어/“국내진출 직배사들만 배불리는 꼴”판매용 비디오가 너무 비싸다. 소장가들을 위해 재출시되는 고전명작이나 어린이 만화영화의 값이 대여용 극영화 비디오(1만9천8백∼2만2천5백원)와 별 차이가 없다. TV프로그램을 그대로 옮긴 교양물이나 국내제작 기획물도 마찬가지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한국직배사들이 『좋은 작품은 직접 구입, 보관하는 판매시장(SELL THROUGH)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겠다』던 말이 무색해졌다.
매달 한두편씩 나오고 있는 CIC의「히치콕 시리즈」는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대여용 가격으로만 판매한다. 일반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주문판매 형식으로 나오는 폭스의「모던 클래식 시리즈」도 1만6천5백원이나 한다.
어린이에게 인기있는 월트디즈니의 「백설공주」 「알라딘」 「피노키오」등도 모두 대여용과 같은 2만원에 판매했다. 특히 월트디즈니는 최근 자사제작 만화영화 주제가 7∼8편씩을 담은 「디즈니 싱어롱 1,2편」을 각각 1만5천원에 내놨다.
이 비디오는 두 편을 합쳐도 일반 만화영화 한 편 길이밖에 안되는 것이어서 『수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나눠 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아직 시장 차별화가 안된 우리나라에서는 판매용을 대여용과 같게 정하고 있다. 판매용을 더 낮게 하면 대여업자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대여용은 지난해 1만9천8백원에서 개봉작만 2만2천5백원으로 인상됐다.
국내 영상관련 메이저들은 지나친 경쟁으로 외화수입가격을 엄청나게 올려놓았다. 삼성나이세스가 수입한 「스타 게이트」에서 보듯 웬만한 흥행작 한 편 수입가격이 2백50만달러(한화 약20억원) 이상이다.
극장흥행으로는 수입가격의 절반정도 밖에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어서, 그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디오 가격을 올린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과당경쟁은 결국 영화를 직접 제작하고 상영과 비디오판매까지 하는 국내 진출 직배사들에게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더구나 가격이 이원화하면서 일부 메이저들이 작품성도 적은 영화를 서울 변두리 소극장에서 일주일 정도 개봉해 놓고는 비디오 가격만 올려받는 폐단도 늘어났다.
「으뜸과 버금」의 옥선희 프로그램 정보부장은 『가격통제수단이 전혀 없는 현재로는 제작사들이 좋은 영상문화를 폭넓게 보급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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