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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전쟁/클린턴,내치효과 노려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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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무역전쟁/클린턴,내치효과 노려 “강공”

입력
199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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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공 배경/차기대선 염두 “손해볼것 없다”/통상분야 패권회복 강한의지 내포클린턴 미행정부가 10일 대일무역제재의 포문을 연 배경에 대해 워싱턴에서는 정치 경제적 차원의 해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대일자동차무역의 구조적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미통상정책의 단호한 압박논리를 읽을 수 있다. 안보중심의 냉전체제가 붕괴된 이후 세계 경제질서를 주도하고 통상분야의 패권을 회복하려는 「미국제일주의」가 반영된 것이다. 미국과 일본이란 두 경제대국의 대결구도가 던지는 상징성은 그래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클린턴행정부가 의도하는 대내외적인 전시효과를 간과하기 어렵다. 요컨대 차기 대선가도를 염두에 둬야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입장에서 미국의 시장 개방 공세는 아무리 지나쳐도 밑질게 없는 내치용 자산이라는 역설이 통하는 것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미경제장관들이 한데 모인 가운데 나온 대일무역보복방침 발표가 러시아를 방문중인 클린턴 대통령의 원격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형식을 빈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수일안에 관보게재로 공표될 미국의 대일 보복관세 대상품목은 무엇보다 일본산 고급승용차와 승용차 부품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렉서스, 레전드, 인피니티 등 3만달러 이상의 고급승용차와 미니밴, 지프형 승용차등이 일차적인 대상이다. 워싱턴의 일부 관측통들은 대일 보복조치의 핵심이 일본 자동차에 대한 최고 1백%의 보복관세 적용이라고 예측하고 있으나 이는 다분히 엄포용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밖에 일본자동차에 대한 통관검사기준이 강화될 수 있으며 자동차 딜러십(판매대리점)의 수를 제한하는등의 조치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미행정부는 일본에 대한 무역보복방침을 공표했지만 구체적인 논쟁점, 예컨대 일본의 무역장벽이 무엇이며 어느 부분이 잘못됐다는 지적등이 미흡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의향을 비추면서도 정작 곧바로 제소하지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 또한 명쾌하지 못하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WTO제소에 필요한 법적근거가 그만큼 미약하다는 얘기이다. 때문에 미국의 대일보복방침은 결국 30일간의 유예기간에 일본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협상용 자명종」일 뿐이란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미일 양측 모두 WTO체제의 붕괴까지를 감수하면서 무역전면전으로까지 확대되는 사태는 피할것이란 전망이 보다 유력하다.<워싱턴=정진석 특파원>

◎일본의 대응/당혹속 “일전불사”총력 대처/정부,업계 「지레항복」 막기 단속/타분야 피해 불똥튈땐 버티기 고민

일본은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제소라는 뜻밖의 카드를 내보이자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정면대결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통상법 301조에 의한 일방제재와 WTO 제소라는 두자루의 칼을 들고 나온 미국의 약점을 물고 늘어져 이 기회에 『일본은 누르면 꺾인다』는 미국식 통상정책에 역습을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일정부는 업계의 불안을 「단속」하는 한편 만일의 금융시장 혼란에 대비,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의 협조를 강화하는 등 총력전 태세를 갖춰 가고 있다.

미일 자동차분쟁의 주무부서인 통산성은 11일 예정대로 미국의 보복리스트 발표와 동시에 WTO제소를 단행하겠다는 결의를 재천명했다. 또한 업계의 자율적인 항복으로 싱겁게 사태가 마감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계자들에게 업계단속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마쓰시타 야스오(송하강웅)일본은행총재도 통산성의 이같은 태도를 최선책이라고 두둔하고 나섰고 재계에서도 지지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정계에서도 일방적인 양보를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일본의 입장이 그렇게 든든한 것만은 아니다. 쌍무적인 협상결과를 갖고 일방적인 제재로 몰고가는 미국의 태도가 다자간협상을 전제로 하는 WTO정신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WTO제소를 고려해온 일본이지만 미국의 선제 WTO제소움직임은 곤혹스런 것일 수밖에 없다.

「일본시장의 폐쇄성」을 부각하겠다는 미국의 노림수는 자동차및 부품교섭문제에 관한한 국제여론면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일본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기 때문이다.

논쟁이 광범위한 분야로 확산되면 유럽연합(EU)등의 지지를 얻기가 곤란하다는 것이 일본의 고민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차량검사제도의 완화등 규제완화 조치를 앞당겨 발표하는 등 시장개방 노력을 과시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의 지지를 획득해 나가는 방향으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이처럼 대미결전의 전의를 다져가고 있지만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87년의 반도체분쟁 당시 엉뚱하게 전동공구업계가 큰 피해를 보았듯이 자동차 분야에서 아무리 잘 대응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지는 여전한 미지수다.<도쿄=황영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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