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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아름다움(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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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아름다움(천자춘추)

입력
1995.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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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겨울 친구가 패랭이꽃 한 다발을 내게 주었다. 모든 식물이 스러져 가던 계절에 싱싱한 꽃을 대하니 너무 놀랍다 못해 그 아름다움이 무섭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꾸만 그 꽃을 사양했는데도 친구는 막무가내로 주고 갔다. 할 수없이 투명한 유리병에 그 꽃을 꽂아 방 한가운데 놓고 들여다보았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크게 밀려왔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오래지 않아 반드시 말라 죽어버릴 운명을 생각하니 눈물이 솟았다.나는 매일 물을 갈아주고 물병 안쪽을 깨끗이 씻어내는등 온갖 정성을 다했다. 난방으로 덥고 건조한 방과 베란다를 오가며 습도와 온도도 맞추어 주었다.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서인지 꽃은 한달이 지나 거의 두달 가까이 분홍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드디어 진분홍 꽃잎이 옅은 갈색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잎과 줄기는 짙은 초록색을 간직하며 건강함을 과시했다. 꽃을 꽃병에서 꺼내 줄기끝을 깨끗이 씻은 다음 더 큰 물통 속에 꽂아 베란다에 갖다두었다. 그 뒤로 가끔씩 확인해 보았지만 줄기와 잎은 여전히 싱싱했다.

차츰 확인횟수가 줄어들다가 한참만에 가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랐다. 갈색의 마른 꽃잎 사이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맑고 깨끗한 색채를 띤 패랭이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들여다보았다. 새 순이 돋고, 꽃봉오리가 맺히면서 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말문이 막혔다. 다시금 눈물이 솟아나왔다.

모든 자연현상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으로는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고 어떤 결론에도 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더 이상 의문은 품지 않기로 했다. 나는 신비한 아름다움만을 감탄하다가 죽을 운명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불가사의한 세계를 감동적으로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김점선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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