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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이 되어줄 문학상을 기다리며(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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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 이 되어줄 문학상을 기다리며(천자춘추)

입력
199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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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궁핍한 시절을 보냈던 청년 피카소는 30대를 넘기며 돈걱정을 하지 않는다. 예술적 성공과 함께 경제적 성공을 얻는다. 문학예술의 경우에도 대량 복제술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읽혀져 사랑받을 때 그 작가는 명예를 얻음과 동시에 궁핍에서 벗어난다. 대량복제술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는 평등의 시대와 대량유통의 시대를 열었다.우리 문학계에는 여러가지 시상제도가 있다. 그것은 물론 상금이 주어진다. 상금은 더 좋은 작품을 위한 격려의 뜻이다. 수상작은 안목있는 사람들에 의해 추천된 것이므로 대중은 그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좋은 책은 사랑받는다. 때문에 수상작은 잘 팔린다. 그런데 잘 팔리기 때문에 자꾸 상을 만들고, 남들보다 더 좋은 응모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상금을 늘린다면 오직 상금 때문에 작품을 쓰는 작가가 탄생할 것이라는 염려 또한 없지 않다.

우리의 현실은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을 의미하지 못하는 실정에 있다. 따라서 문학상과 상금의 관계는 우리의 염려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권위있는 시상제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 좋은 작품을 가려 뽑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실정에 있기 때문이다. 상금 또한 소중하다. 궁핍과 고뇌만이 예술을 지탱하지는 않으며, 궁핍한 시절의 헤밍웨이처럼 공원의 비둘기라도 잡아 먹어야 목숨을 이을 수 있고, 그래야 그 삶을 통해 작품이 탄생된다. 누구도 오직 상을 받기 위해 작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오직 좋은 작품을 얻기 위해 인생을 걸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 또한 상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작품을 기다릴 것이다. 올바른 찬사와 비평 또한 준비할 것이다. 하지만 황량한 들판에 빈 손으로 서 있는다 해도 우리는, 언제까지나 감동의 작품을 들고 나타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깃발이 필요하다. 대량복제술의 힘으로 수없이 복제되어 쏟아지는 많은 문학작품들 속에서 좋은 작품을 가려 뽑는 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 그리고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다시 요청되는 혼란한 출판현실 속에서 문학상의 의미가 더욱 중요시되는 오늘, 우리의 깃발이 되어 줄 위대한 문학상의 탄생을 생각해 본다.<박상순 시인·책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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